이사 끝, 심장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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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Dun C · 30대 뇌졸중환자의 일상
2022/06/09
 드디어 이사를 했다. 아직 재 취직을 못해서 회사 근처는 아니고 병원 근처, 지하철에 가까운 곳을 적당히 잡아 왔다. 너무 대책이 없는 것 아닌가 싶지만 당장 무언가 확실히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뭐라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여 본 결과라고 할까?

 머리 수술 후 얻은 폐쇄공포증과 청각 과민, 약간의 우울증 등의 증상으로 인해 너무 좁은 집은 갈 수 없고, 보행장애가 있으니 엘리베이터는 필수. 이래저래 소거법으로 쳐내고 나니 갈 수 있는 집이 몇 없었다. 9평 남짓의 오피스텔. 보험금도 받았고 모아 놓은 돈도 조금은 있어서 몇 달 치 생활비는 있지만 그 안에 취직을 해야만 한다. 거 참, 대책 없구만.

 처음 본가로 내려갈 때에는 보행 장애 이전에 아예 거동이 되지 않았으니 완전 포장 이사로 갔었는데 이번엔 좀 더 좋아져서 반 포장 이사를 신청했다. 이사 비용을 좀 줄여보려는 시도였는데, 실상은 무모한 도전 2022 ver.이었다. 틈틈이 짐을 싸 두고 분류도 했지만 컨디션에 맞춰서 몇 주에 걸쳐 이어진 작업과 당장 이삿날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작업은 피로도가 아예 달랐다. 고작 삼십 분 만에 몸이 덜덜 떨리고 머리가 멍해져서 구석에 웅크려 찌그러질 수 밖에 없었다. 뇌경색 급성기가 지나면서 심장에 문제가 생겼는데 수시로 이어지는 발작과 흉통은 이사 작업을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었다. 마침 이삿짐 센터 사장님도 질병 이력...이 있으셔서 감사하게도 내 나약한 상태를 이해해 주셨고, 짐 선별 외에는 아무런 작업 기여도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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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중증천식, 뇌경색에 뇌종양. 더 생길 병은 없을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주의)로 진화... 이제 조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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