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1/02
무념무상 깻잎튀김


전 조급하고 불안할 때 튀김을 합니다. 진짜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는 주로 맛탕을 합니다. 아이들이 해달라고 아우성일 때도 있지만 왜 여름만 되면 맛탕을 먹고 싶어 하나... 보통은 제가 하고 싶을 때 하는 편입니다. 머리를 깨끗하게 비우고 싶을 때면 조리법은 단순하지만 중간에 딴생각을 하면 망쳐버리기 쉬운 요리를 선택하는데 그중 하나가 맛탕입니다.

마음이 복잡하면 칼질을 하다 손이 엇나가 다치기도 하고 재료를 쏟거나 계량을 잘못하는 등 요리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러면 기분이 더 안 좋아요. 이것저것 할 것 없이 다 망해버린 것 같아서 우울해집니다. 나의 마음상태와 상관없이 요리를 하고 누군가를 먹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배달이나 외식이라는 손쉬운 선택도 있지만 가끔은 외출이나 식사조차 거르고 싶을 때가 있지요. 

집에서 하는 요리라면 내가 식탁에 앉아있지 않아도 괜찮고 나의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요리라면 어수선한 마음을 들킬 염려도 없으니 무난한 요리를 선택합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튀김을, 맛탕을 해요. 재료준비, 조리과정, 뒤처리까지 신경 쓰이지 않는 그런 쉽고 단순한 요리죠. 껍질까지 튀기면 음식물쓰레기도 거의 나오지 않으니 정말 좋아요. 

고구마 1킬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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