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에 가시가 돋지 않았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11/02

 벚나무 아래 구절초가 활짝 피고 화살나무 잎들이 붉게 물들어 간다. 잊지 않고 때가 되면 물들고, 지고, 다시 싹이 돋는 생명은 언제나 신비하고 경이롭다. 구절초 색이 해마다 미세하게 달라졌다. 연노랑이었던 첫해였는데 누군가 주황색 물감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간 것처럼 변했다. 게다가 올해는 생뚱맞은 자주색까지 보인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흙 깊숙이 뿌리를 박고 줄기를 키웠을 텐데, 색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은 없나 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을 꽃송이를 바라보며 시답잖은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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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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