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마리아, 지중해 - 반 고흐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3)

액화철인
액화철인 · 나밖에 쓸 수 없는 글을 쓸 수밖에
2023/04/25
앞장부터 읽고 싶다면:

3장
노벨 문학상 수상작 속의 빈센트

난 한 프로방스녀의 노래를 읊조리지
젊은 날의 사랑에 빠진 자의 이야기
라 크로를 가로지르고, 바다를 향해, 밀밭을 헤쳐간 그녀.
난 위대한 호머에게 배우다만 노래꾼,
그녀의 발자취만 진득이 따라갈 뿐.
한낱 이 땅에서만 알아주는 귀한 분,
라 크로 너머에선 누구도 아는 이 없을 거라 생각하며.  

- 프레데릭 미스트랄, 장편시 “미레이오:프로방스의 시” 중 1연 ‘연꽃 농원’ 중에서

변방 문학의 승리
1904년 노벨 문학상은 사상 최초로 한 국가의 공식 언어가 아닌 방언으로 쓰인 작품이 수상했다. 프랑스 남쪽 지방에서 19세기까지도 광범위하게 쓰이던 오크어 계열의 방언인 프로방스어로 쓰인 '미레이오: 프로방스의 시'(1859)는 오크어 문학의 부흥을 꿈꾸던 시인, 프레데릭 미스트랄의 작품이다. 부유한 농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신분이 낮은 여성과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했던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이 장편 서사시는 프로방스 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여주인공 미레이오는 프로방스 지방의 '보(Baux)'라는 마을에 사는 부유한 농장주의 딸이다. 그녀는 19세기 신여성답게 상대방의 조건을 보는 중매결혼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모던한 개념의 사랑을 꿈꿨다. 그러다 같은 마을에 사는 빈센트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는데 이 청년은 짚을 삼아 바구니 같은 걸 만드는 미천한 농민이었다. 둘은 가족들 몰래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생트 마리의 교회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아를 시내의 원형경기장, 투우를 보러 모인 동네 사람들, 빈센트와 미레이오의 가족이 모인 자리, 아들의 사랑을 아는 빈센트의 아버지가 미레이오의 아버지를 떠보기 위해 자기 아들이 정신 못 차리고 신분이 높은 여자를 사랑한다고 운을 띄우자, 그게 자기 딸 이야기라는 걸 모르는 미레이오의 아버지 라몬은 부자와 가난한 자가 사랑에 빠지는 건 서로 분수를 모르는 일이라 대놓고 비웃는다. 이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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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광고를 하기 위해 미술사를 전공했다. 남다른 미술사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일반 역사를 배웠다. 젊은 척하는 광고 카피를 쓰고 늙은 척하는 평론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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