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통화 전 까지는 ‘산타’였는데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1/20

설 명절을 앞두고 동네 주민 대상자들에게 상품권이 나왔다. 주민센터에서 통장들이 명단을 받아 일일이 건네주고 직접 서명을 받아야 한다. 종량제봉투는 대상 주민들이 요구하면 우편함이나 현관의 우우주머니 혹은 신문투입구에 넣는다. 하지만 상품권은 종량제봉투와 성격이 다르다. 상품권(온누리)에 기재된 액면상당의 상품이 지급되는 것을 약속한 유가증권이기 때문에 10000 이라고 발행된 상품권 1장은 곧 1만원인 셈이다.

명단을 받고 오자마자 나는 내 나름대로 다시 정리를 했다. 대상자 별로 구(區)에서만 받는 주민이 있고 구와 시(市) 두 곳에서 모두 받는 주민이 있다. 구에서만 받거나 두 군데 모두 받는 해당 주민의 상품권에는 각각 받는 이의 이름을 썼다. 헷갈릴 수 있으니 두 곳에 받는 주민 이름 옆에는 1 + 1을 표시했다. 
   
“그냥 우편함에 넣어주시면 안될까요?”
“통장님이 싸인 하고 현관문에 찔러주세요.”

대상자분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줄 순 없었다. 경험이 많은 통장들의 얘길 들어보면 그렇게 해서 실제 분실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상품권을 사서 넣어주기도 했단다. 그 번거로운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직접 주고 직접 서명을 받는 일이 아예 앗쌀하다는 거다. 
   
어르신들은 날씨가 추우니 낮에도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은 퇴근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한 집 한 집을 방문하면서 인사를 드리고 상품권을 건네며 서명을 받았다. 서명을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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