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쎄트
빅맥쎄트 ·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먹은만큼 행복하다
2023/04/28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계획했던 삶의 형태는 '주경야독' 이었습니다. 형이 대학교에 재학중인 상태에서 나까지 2중으로 대학을 들어가면서, 부모님이 2명의 등록금을 감당하기에는 언뜻 봐도 힘들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낮에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야간 수업을 들으며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자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야간 수업은 4교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8시 30분부터 22시까지 진행되는 수업들. 야간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또래인 20살 학생도 있었지만, 낮에 일을 하고 오는 직장인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20살 부터 30살이 넘는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수업을 들었습니다. 오리지널 학생이 아닌, 직장인들과 섞여 있다 보니 다들 각자 수업을 듣고 혼자 다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수업을 듣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학기 끝날 때까지 혼자 다닐 지도 몰라!'

혼자 다니는 것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마음에 며칠 간 탐색을 했습니다. 혼자 수업을 듣는 사람 중에서, 같이 수업을 들으며 다닐만한 사람이 없을까 하던 중 K를 발견했습니다. 먼저 인사를 하고, 학식을 함께 먹고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친해졌습니다.

K는 저와는 정반대의 외모를 갖고 있었습니다. 여리여리한 몸에 기생오래비같은 날렵한 외모. 옷을 입는 것도 세미정장 스타일을 고수하던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바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그런 상큼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서는 저와 공통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했고, 코인노래방을 사랑했습니다. 대학을 입학한 2000년대 초반 동전노래방은 1곡에 200원 했었는데, 지금도 1천원에 3~4곡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착한 가격인 것 같습니다. 저는 노래를 좋아했고, K는 노래를 잘 했습니다. 아마추어 수준에서 노래를 평가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K의 노래를 들을 때면 모든 부분에서 탁월함을 느낄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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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응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 잠 22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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