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만 말자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4/26

눈을 뜬 이른 아침, 베개가 축축하게 젖었다. 평소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 나는 꿈을 꾸는 일도 잘 없거니와 기억도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깨어난 뒤에도 생생한 꿈이 낯설고 아팠다. 
꿈 속에서 친구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이었을까? 애처로운 마음이었을까? 친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오열을 했다. 격한 감정은 꿈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고 잠을 자면서까지 눈물이 흘러나왔다. 대체 어떤 친구이길래 얼굴을 보자마자 오열을 했을까? 
울다 -픽사베이


천생연분, 쌍둥이, 절친 

과 특성 상 여자밖에 없었던 대학시절, 젊음만으로도 아름다웠던 스무 살 우리는 친구의 인연을 맺었다. 왜소한 몸에 옷 입는 취향까지 비슷했다. 시원시원하고 내숭 없던 성격도 나와 닮은 천생연분과 같은 S였다. 주변에서 둘이 쌍둥이가 아니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음주 가무(?)를 좋아해서 밤새 술을 마시고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던 동기의 집에서 잠을 자고 숙취에 괴로워하며 2 리터 생수병을 안고 수업을 들으러 가기도 했다. 성인간호학 실습을 하다 알콜솜 냄새에 내장까지 게워낼 것처럼 화장실로 뛰어가기도 했다. 조교가 “너희 어제 또 술 마셨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 때도 있었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때,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늉을 하다가도 서로 눈빛을 주고받고는 두꺼운 전공서적을 품에 안고 미팅을 하러 가기도 했다. 졸업을 하고 각자 다른 병원에서 근무를 했지만 나이트가 끝나면 아침에 만나 조조영화를 보고 쇼핑을 했다. 집에 가서 두세 시간을 자고 또 출근을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  젊은 날의 싱그러운 추억을 가진 내 친구이다. 

좋았던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몰랐던 모습에 서로 실망을 하고 잠시 등을 돌렸던 때도 있지만 금방 예전의 관계를 되찾았다. 


중매쟁이 

외로움이 많아 끊임없이 연애를 했던 S의 소개로 남편과 내가 부부의 연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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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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