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게

재재나무
재재나무 ·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2023/12/24
K에게
 
k야, 오늘 같은 날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 같아서 펜을 들어본다. 어떻게 지내니? 

 네가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었지. 정말 예쁜 엄마의 손을 잡고 공부를 하러 왔었다. 엄마는 바비 인형처럼 예쁜 반면 굉장히 허스키한 목소리를 갖고 계셨어. 너는 어찌나 까불거리며 산만하던지. 고집은 또 얼마나 세던지.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린 너를 상대로 몇날 며칠 기 싸움을 해야 했다. 결국 내가 기선제압을 하고서야 너는 조금씩 내 말을 듣기 시작했다. 나는 너의 변화를 보면서 대부분의 남자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알게 되었다. 너는 그렇게 조금씩 나와 호흡을 맞추고 공부도 썩 잘하게 되었다.
 
 4학년이 되자 그동안 하늘을 떠다니는 것처럼 붕 떠 있기만 하던 너는 드디어 발을 땅에 딛고 제법 자리를 잡았다. 너를 그렇게 지켜본 이후 대체의 아이들은 4학년이 되어서야 제 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말썽 피우고, 고집부리고, 말 안 듣던 네가 의젓해지는 걸 보는 것은 참 좋았다. 

 한 번은 엄마가 전화를 하셔서
" 선생님, 우리 k가 이제 사람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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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냥 저냥 생활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나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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