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플랫폼마다 로판이 점령했다는 아우성이 넘친다. 로맨스판타지 신작 웹툰이 게시되면, 로판을 이젠 그만 보고 싶다거나 왜 다 비슷한 만화뿐이냐는 댓글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2022년에 발표된 이재민 만화평론가의 연구 <주요 플랫폼 연재작을 통해 본 웹툰 장르 다양성 현황>에 따르면,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양대 플랫폼 모두 새롭게 연재를 시작하는 웹소설 원작 웹툰의 장르 가운데 로맨스판타지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가부장제와 결투하는 로맨스판타지

아직 로맨스판타지 작품을 안 본 독자라면, '로맨스판타지'를 그저 귀족 영애가 로맨틱한 사랑을 나누는 작품쯤으로 여길 수 있겠다. 그러나 최근 플랫폼마다 인기리에 연재되는 로맨스판타지 작품들은 주로 주인공이 세계와 분투하는 내용을 그린다. 이들 주인공은 사랑을 쟁취해내기 위한 투쟁도 있지만, 때로는 신과 싸우기도 하고, 세계관을 창조한 작가와도 대결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가부장제와 가장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너는 여자라서 안돼"

로맨스판타지 작품의 주인공들이 가장 자주 마주치는 건 차별이다. 그것도 성별과 신분에 따른 아주 견고한 차별의 벽이다. 주변 인물들은 주인공에게 여성이 위험하게 전쟁터에, 병원에, 상단에, 마탑에 가냐며 그들을 만류한다. 주인공들은 이들의 만류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회귀, 빙의, 환생'을 통해 이미 한 번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