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8
아프면 약을 먹는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나빠지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 고통받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치유하고자 부양책을 펼친다. 2020년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동반했다. 기존의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과학자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듯, 정책 당국과 경제학자는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한 유형의 경기침체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했다. 우리 몸과 경제 모두 새로운 치료제를 애타게 기다렸다.
2020년 5월 모든 가구에 지급한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일찍이 겪어 보지 못한 상황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정책이다.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소득이 얼마나 되는지 따지지 않고 모든 가구에 일정액을 지급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누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알기 어려운 데다가, 누구라도 어떻게든 돈을 써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절박함 때문에 평소라면 꿈도 꾸지 못할 정책을 실시했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나아가 경기회복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는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정책이 가져온 부수적인,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효과는 기본소득이라는 낯선 정책을 국민들이 접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비록 이름도 다르고 일회적이지만 이 경험은 새로운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의구심이나 심리적 저항감을 다소나마 허물었다. 만일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이 실시된다면,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는 제도 도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평가될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기본소득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제도였다. 본 서평지의 조문영 편집위원은 2010년대 초 해외의 기본소득 전문가를 초청하여 심포지엄을 조직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이 주제에 대한 연구자는 물론 토론할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관련 논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서적, 논문, 정책보고서 등이 크게 늘어났으며, 토론회가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기본소득을 당명으로 하는 정당이 생기고, 유력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은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이러한 움직임을 증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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