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남겨진 것들
2021/11/24
수능이 끝난 뒤, 제가 다니는 학교는 고3에 한하여 등교 시간을 20분가량 늦춰주었습니다. 예전에는 혹여 지각이라도 할까 싶어, 또는 일찍 가서 미리 자습이라도 하려 아침 식사를 거른 채 다급하게 등교했는데, 이제는 끼니를 거르지 않고 여유롭게 아침을 맞을 수 있어 숨통이 트이는 느낌입니다.
교문을 지나고 운동장을 걸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교실에 도착합니다. 신발을 갈아 신고 자리에 앉으면, 이윽고 8시 반을 알리는 종이 칩니다. 고3 교실 치고는 제법 학생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풍경. 거의 빈 가방을 메고 온 친구, 에코백 하나만 달랑 들고 온 친구, 아예 가방을 들고 오지 않는 친구. 너도나도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던 때를 잊어버린 듯, 이젠 홀가분한 차림으로 교실에 앉아있습니다.
곧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출석한 이들을 살핀 뒤 칠판에 오늘의 출결 사항을 적으시고는 별다른 말없이 나가십니다.
바야흐로, 죽어가는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죽어가는 시간, 마음은 이미 저 바깥에
수능이 끝난 고3들은 거대한 해방감을 느끼고, 또 마음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