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에 당선되는 극본쓰기 02 : 주제

이기원
이기원 인증된 계정 · 드라마작가, 소설가, 스토리 컨설턴트
2023/06/25

02.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면 작가에겐 미래가 없다.



"제가 쓸 작품의 로그 라인이 나왔으니, 이제 극본을 써도 될까요?"

아니다. 절대 아니다.

당신은 이제 겨우 극본의 기본이 되는 뼈대를 하나 얻었을 뿐이다. 그 뼈대에 살을 붙이고, 혈관과 장기를 넣어서 극본을 만들기 전에 작품의 영혼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튼튼한 뼈대에 영혼이 더해져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작품의 영혼은 무엇일까?  

지난 회차에서 한 줄 요약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했기 때문에 당신은 아마도 감독, 프로듀서, 제작사 대표, 바이어 등을 만났을 때 가져야만 했던 두려움을 절반 정도는 극복했으리라 믿는다. 이제 이번 회차에서 나머지 절반을 마저 극복하도록 하자.    

작가를 공포에 몰아넣는 또 하나의 질문.

"작품의 주제가 뭐죠?"

즉, 작품의 영혼에 관한 물음이다. 이 질문도 만만치가 않다. 

나도 과거에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 역시도 명쾌한 대답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이다. 훈련이 되지 않으면 작품에서 주제를 쏙 끄집어내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주제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려주는, 개인적인 일화가 있다.  

내가 과거 작가 지망생이던 시절의 일이다.  내가 다니던 클래스의 선생님 역시 시놉시스를 받아서 수업을 진행했다. 시놉시스에는 주제를 써야만 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선생님에게 속수무책으로 까여야만 했다. 문제는 그 선생님도 주제가 뭔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주제 파트를 통과할 학생은 딱 한 명만 빼놓고는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근대문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린 유명한 소설가의 외손녀였다. 그녀에게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수업 때 선생님의 질문에 정갈한 언어로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나 같은 어중이떠중이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호랑이 선생님도 그녀 앞에서는 한 마리 순한 양일뿐이었다. 

그녀는 학기 내...
이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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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작법 연구. <하얀 거탑>, <제중원> 집필. 드라마를 베이스로 ‘세상의 모든 작법’ 을 쉽고 분명하게 알려 드립니다. ‘공모에 당선되는 극본 쓰기’, ‘원포인트레슨’, ‘작가가 읽어주는 작법책’ 등등이 연재됩니다 이메일 keewon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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