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일기] 7. 철조망

최지수
최지수 인증된 계정 · 전세지옥, 선상일기 저자입니다.
2024/01/08
부원들의 식사를 먼저 낸 후에 사관들의 식사를 챙긴다. 마지막으로 사관들의 반찬 등이 모자르지 않은 지 확인 후 부원 식당에서 식사한다. 뒤늦게 부원 식당에 가면 대부분이 식사를 이미 마쳤고,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고 있다.
오늘 메뉴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이다. 곁들임 반찬으로 가지튀김이 있었는데 이미 다 사라지고 가지튀김의 기름만 접시 위에 흥건히 남아있다. 
조리원으로써 35일 동안 4kg 이 증량될 만큼 그 누구보다(선장보다) 맜있는 걸 많이 먹지만 역시나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으면 서럽다.
   
식사 준비를 하며 간을 보고, 먹고 싶은 건 충분히 먹은 상태라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이지만 스트레스 해소 성 폭식을 한다. 
뒷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빨리 마친다. 사관 식당을 청소하려 하는데 아직 식사 중이다. 그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내 마무리 업무는 끝날 수도 시작할 수도 없다.
   
잠깐 뜨는 시간에 내 방에서 보리차를 들고 나와 5미터를 걸은 후 야외로 연결된 비상계단으로 나간다. 두 다리가 떨려 서 있을 힘이 나지 않는다. 계단 옆 작은 공간에서 철판으로 만들어진 배의 외벽에 기대어 앉는다.
   
보리차를 따기 위해 시선을 내리는데 내 손에 출처를 모르는 생채기가 생겨있다.
손을 살펴보니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 있다. 처음에는 생채기가 나면 연고를 발랐는데, 이제는 ‘오 이번 생채기는 멋진 곳에 예쁘게 생겼네, 상처 나도 좋겠다.’라고 생각을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노을이 지고 있다. 마치 물감이 섞인 것처럼 파란색 바다에 빨간 노을이 비쳐 주황색 바다로 변해있다. 구름 또한 노란색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골든브라운 색으로 잘 익은 거대한 가지튀김들을 보는 듯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릿한 바다 냄새 그리고 배의 희미한 기름 냄새가 섞여 설렘을 만들어낸다. 설렘의 종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 정도로 분류해도 되려나.
바다를 보는 베테랑 선원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바다를 봐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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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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