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무서워하는 부부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3/04/15
오전 10시쯤, 광수언니한테 연락이 왔다.

 “내일 비 온다는데 와서 상추 좀 뜯어가여~, 시간 되면 지금 와.”

나도 언니한테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다. 마침 장날이었다. 언니네 푸성귀를 내내 얻어먹었으니 오늘 점심은 추어탕이라도 같이 먹으려고 했다. 언니도 공사가 다망하니 오후시간이 어찌되는지 물어봤다.

“시간은 되는디, 나 치과에서 진료 받고 오니라구 아직 마취가 덜 풀렸어.”

언니는 임플란트를 하는 중이다. 치아가 약해보이지 않는데 그녀에겐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직장에 근무할 때, 직원들 월급을 주려고 은행에서 돈을 찾아 나오다가 강도를 만났고, 그 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끝까지 저항할 때 치아를 다쳤다는 것이다.

월급을 봉투에 넣어주던 때의 일이다. 써놓고 보니 참 옛날얘기다. 언니가 그렇게 30몇 년을 성실하게 근무하고 퇴직한지 이제 7년째다. 푸성귀를 뜯다보면 시간이 지나고 자연히 마취가 풀릴 테니 밥을 먹고 장에 들르자고 했다.

광수언니네 텃밭. 상추뜯는 광수언니 - 살구꽃
광수언니네 텃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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