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받으소서~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12/05
"종점입니다.  내리세요!"

운전기사의 외침에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버스안엔 이미 승객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나 혼자만 남아서 잠에 취해있었던 것이다.
'여기가 어디야?'
한 순간에 잠이 확 달아나고 정신이 차려진다.
버스에서 내려 보니 사방이 캄캄하고 허허벌판이다. 종점이라더니. 종점이면 다른 차들도 많이 있고 사무실도 있고 그런거 아냐?  어쩜 이렇게 인적도 집들도 없는 벌판에 내려준단 말인가.
나를 내려 준 버스는 다시 어디론가 휭하니 가버린다. 시간은 이미 밤 12시가 가까웠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집으로 간단 말인가. 까마득히 먼 곳에서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보인다. 그 곳은 너무 멀어 마치 다른 세상인양 아득하기만 하다. 저기까지 가려면 밤새 걸어가도 닿질 않겠네.
어떡하지...
기가 막히고 막막하고 절망감이 몰려온다.
왜 잠이 들어가지고...  후회해도 소용없다. 부지런히 밤새 걷는 수 밖에.

그 당시 우리집은 구리에 있었고 남편 작업실은 분당 야탑동에 있었다. 차로 이동하면 30분 거리였지만 버스를  이용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환승을 해야하는 불편한 코스였다.
남편은 작업하느라  작업실에 머무는 날이 많았고 일 도우느라 조수 노릇을 하던 나는 혼자 버스로 집에 오는 날이 잦았다. 그날도 늦게 혼자 집으로 오다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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