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난 언제 쉬지?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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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서부터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한 가지 일에 길게는 10년, 아주 짧게는 당일 설거지 알바도 했다. 여러 지역을 오가며 열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 그 때마다 해오던 일은 마디가 끊어지듯 이어지지 않았다. 지속성이 없었다. 아이들이 초·중등일 때는 교육관련 시민단체에서 잠깐 머물렀다. 사는 곳이 또 바뀌자 초등아이들 대상으로 공부방을 했다. 먹을거리 문제로 관심을 갖으며 ‘생협’ 활동가가 되기도 했다. 일은 모두 찾아서 지원했고 일하면 월급이 나왔다. 월급은 생계의 요긴한 덕목이었다. 거처를 옮길 때마다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쉴 틈이 없었다.
결혼하면서부터 다양한 일들을 해왔다. 한 가지 일에 길게는 10년, 아주 짧게는 당일 설거지 알바도 했다. 여러 지역을 오가며 열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 그 때마다 해오던 일은 마디가 끊어지듯 이어지지 않았다. 지속성이 없었다. 아이들이 초·중등일 때는 교육관련 시민단체에서 잠깐 머물렀다. 사는 곳이 또 바뀌자 초등아이들 대상으로 공부방을 했다. 먹을거리 문제로 관심을 갖으며 ‘생협’ 활동가가 되기도 했다. 일은 모두 찾아서 지원했고 일하면 월급이 나왔다. 월급은 생계의 요긴한 덕목이었다. 거처를 옮길 때마다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쉴 틈이 없었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일하게 됐을 때 텃새의 분위기를 느끼며 사람들 관계에서 위축되기도 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애매모호함에 맞서 원칙을 말하면 그게 아니라~하면서도, 근거를 들이밀면 여긴 원래 이렇게 해왔다고 표정이 바뀌는 걸 봤다.
일의 특성상 아이들을 모아 ‘농사학교’ 현장을 가는 1박2일이 정기적으로 있었다. 밭을 일궈보고 씨를 뿌려 싹이 나고 꽃이 피면서 열매를 거두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을 하루 종일 바라보며 일하는 시스템은 목 디스크를 불러왔다. 약을 먹고 통증을 견디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시골로 농사학교에 가는 그때부터가 내겐 쉼이었다.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환해지고 머릿속에 안개가 걷히며 눈이 맑아졌다.
아이들은 초등학생 전체학년들로 구성되었다. 7-8명씩 한 조가 된 아이들 30여명이 모였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키에서부터 말하는 것, 몸짓이나 행동, 힘쓰는 것 모두 달랐다. 한 조를 담당하며 아이들과 같이 움직였다.
굳이 멍석을 깔지 않아도 드넓게 펼쳐진 들과 밭은 아이들의 무대가 됐다. 씨감자를 심고 흙을 덮으며 물을 주는데 힘이 달리는 저학년 아이를 고학년 아이가 도왔다. 농사활동에 경험이 있는 고학년이 선생이 되어 저학년 아...
[합평]
늘 이사와 함께 쉼 없이 일자리를 찾아 일해온 쉼이 없던 삶, 그리고 겨우 쉬는가 싶었을 때 겪은 힘든 일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내용 그 자체만 보면 정말 많이 힘들 수 있는 글이었는데, 살구꽃님의 정갈하고 은은한 화법이 이런 내용 마저도 차분하게 읽히게 합니다. 쉼이 없다고 하셨는데, 스스로 쉼을 만들어 내실 줄 아는 그런 지혜가 있으신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네요.
특히 농사학교 이야기는 인상이 깊게 남습니다.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환해지고 머릿속에 안개가 걷히며 눈이 맑아졌다."
농사학교를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마치 경험해 본 것처럼 그 기분이 전달되어 개구리네 한솥밥 까지 머릿속에 그려지는 정겨움을 느꼈네요.
사회복지사를 그만두시고 몸상태가 호전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만둘 때를 알고 그만두시는 모습이 참 지혜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런 지혜가 없어 무작정 버티면 되는 줄 알다가 몸도 마음도 황폐해지는 일의 연속인 것 같아요.
여전히 잘 쉬지 못한다고 하셨지만, 살구꽃님 글은 읽는 사람에게 '쉼'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들던 느낌이라 이런 느낌이 왜 드는지 열심히 생각해 봤는데, 글이 시각 뿐만이 아니라 후각과 청각, 촉각까지를 담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었어요. 꽃향기가 나면 잠시 멈춰서서 맡게되는 것처럼 살구꽃님 글이 그런 것 같습니다.
이번 글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가 날을 착각하여 합평을 하루 늦게 올리네요.. 죄송합니다ㅠ
[합평]
열다섯 번의 이사와 쉼 없이 이어진 일들로 치열했던 살구꽃님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 정착할 때마다 새로운 일을 찾고,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도 주말부부나 남편의 이직, 출산과 육아 문제로 결혼 12년 동안 다섯 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살구꽃님께서 이사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스트레스 또한 매우 컸으리라 짐작을 합니다. 어떠한 연유로 계속 이사를 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농사학교 이야기는 흐뭇하게 옛 추억에 잠겨 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글쓴이의 그리움과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일로 치달았던 몸과 마음이 조금 길어진 휴식을 불편해했다. 살면서 ‘온전히’ 경험한 쉼이 없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
아마 당시 신부님의 연락이 없었다면 쉼에 익숙해지거나 방법을 찾지는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살구꽃님의 성품을 보건대 그룹홈의 일을 하며 보람을 많이 느끼고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아낌없이 주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
자발적인 쉼을 찾을 수 있다면 너무나 이상적이지만 월급에 쉼을 반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인 듯합니다.
<세상은 서로 다른 힘들이 모여 있는 곳,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곳이듯 내 몸도 그런 것일지 몰랐다.>
살구꽃님의 몸이 균형을 잘 이루어 앞으로의 삶은 온전한 쉼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삶의 보람을 찾기 위해 일을 선택했지만 일에 매몰되어 자신을 잃어가던 과정을 보여주는 글이다. 생계를 위해 일할 때도 자신의 꿈을 찾아 일할 때도 후회는 없었지만 쉼 없는 삶이 주는 고통이 있었다고 말한다. 일을 하라고 다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삶을 에너지를 일을 위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야 할 순간을 알고 적절한 휴식을 취했더라면 살구꽃의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지역을 오가며 열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는 문장이 여전히 잘 쉬지 못한다는 마지막 문장과 겹쳐졌다. 열다섯 번의 이사를 무엇을 위한 이사였을까. 이사의 중심에는 살구꽃이 있었을까. 지금도 잘 쉬지 못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스스로를 옥죄게 만들던 직장을 떠났음에도 쉴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합평]
일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건 과연 일이라고 불릴만한가... 하는 그런 생각. 뭔가 일하면서 누적되는 게 있어야 일하는 맛이 나는데, 일할 때마다 소모된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다음 번에 일하게 될 때 연계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래도 좀 허탈해지는 느낌이 들죠.
어쩌면 제가 일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속성이 없는 게 default이고, 지속성이라도 있었다는 게 기적이었는지도요.
숨 가쁘게 휘몰아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삶, 온전히 쉼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삶. 어떤 삶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꼭 정답대로만 살아야 하는지도 솔직히 좀 미지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 때문에 힘든 것보다 사람 때문에 힘든 게 많다더니. 어느 조직에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닦달하긴 하는데, 과연 그게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참 미지수 같기도 하고요.
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글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쉴새없이 몰아치는 일들, 내가 삶이 주체가 아닌 일이 나를 이끌어가는 삶의 모습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많이 힘들었겠다, 정신이 없었겠다, 아이들 키우기 쉽지 않았겠다고 느꼈습니다. 마음과 태도의 변화보다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다보니, 조금 더 깊은 내면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 개인적으로 조금 더 자세히 작성해 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는 보통일이 아닌데, 15번의 이사를 가는 삶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옆집 사는 사람 얼굴도 모르지만,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 전체가 이웃이고 얼굴을 알고 지냈을텐데, 그런 소소한 정을 느낄 틈이 없이 빡빡한 삶을 살아온 모습을 느꼈습니다. 아이들 교육에도
잦은 이사는 매우 민감할 수 있는데, 잘 자라준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살구꽃님에 명함을 비빌 수준은 못되지만, 나름 남부럽지 않게 미친듯이 일하다가 저도 다 내려놓고 쉬고 있는 중입니다. 살아온 모습과 세월은 많이 다르겠지만, 치열하게 달려오다가 갑자기 '정지'상태로 붕 뜬 것 같은 상태에 놓인 것은 저와 동일한 상태인데요. 저는 생각보다
쉬는 기쁨이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장 돈에 대한 불안, 계속 쉬어도 되어도 되는지에 대한 걱정 등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내 선택에 대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기 위해 '열심히' 쉬고 있습니다. 불안함이 없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돈이 절대적이고 최고의 가치는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우치고 있는 요즈음 입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조금은 여유를 가지며 나를 돌아보는 삶이 되시길.
[합평]
인생 전반에 걸쳐서 한가지 일들도 아니고 계속되는 변화와 쉼없는 일들, 그리고 열다섯번의 이사. 생각만해도 바삐사시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살구꽃님이 가지신 멋진 능력이죠. 눈앞에 상상이 되게 하시는.
그래서 오히려 살구꽃님은 휴식이 조금 불편한 타이밍에 마침 J신부님이 전화가 오셨다고 쓰셨지만, ‘꼭 경제적으로 하셔야되는 상황이 아니였다면… 어우..저 전화 안왔었으면 좋았겠다. 어느 땐데 쉬다뇨. 쫌 쉬게 두시면 안될까요.’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언제나 월급이라는 금융치료가 일을 따라오지만, 휴식이 반납되니까요.
모닝커피가 주었던 휴식은 얼마나 달콤했을지. 또 다른 쉼으로 소개하셨던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환해지고 머릿속에 안개가 걷히며 눈이 맑아지는” 그런 활동은 농사학교 말고, 다른 순간들이 있으셨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살구꽃님의 이전 얼에모 글들 [글 / 돈 / 일] 과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글이었는데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글들에 비해서는 장면묘사를 통한 마음을 보여주시는 비중보다 직접적으로 마음과 생각을 들려주신 부분이 조금 더 늘어나서 그런가 해봅니다. [그러기에는 여전히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은 선한데 무엇일까요? 한번 저자로서 다시 읽어보실 기회가 생기셔서, 답을 찾게되시면 알려주세요-]
에세이를 쓰는 시간이 일이 아니라 쉼이 되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글에 감사 드립니다.
[합평]
쉼 없이 다양한 일을 하며 달려오신 살구꽃님의 나날에 함께 숨이 가빠집니다.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못하신 건 역시 잦은 이사 때문이었나 봅니다.
목디스크에 걸릴만큼 일에 파묻혔다가 농사학교에서 아이들이랑 농사를 지으신 살구꽃님은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비록 한 달에 한 번이었지만 그 한 번도 살구꽃님에겐 커다란 쉼이어서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복지사란 직업은 느낌상 살구꽃님이랑 아주 잘 맞을 것 같은데 일 이외의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때로는 일을 포기하게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무슨일을 하시든 최선을 다하고 강한 책임감을 가지신 분이란 게 글 전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시 건강이 최고죠. 내 몸을 갈아 넣으며 일에 몰두하며 사신 살구꽃님. 이제는 마음도 몸도 좀 쉬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즘의 살구꽃님은 그래도 좀 여유롭게 보이십니다.
그림을 그리시고 글을 쓰시고 자연도 돌아보시고...
통장일이 좀 힘드실라나요? ㅎㅎ 그래도 살구꽃님 같이 많은 능력을 가지신 분은 어느 정도의 일은 해주시는게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드는 군요.
많은 일이 있었기에 짧은 글 속에 다 담진 못하겠지만 한 마디 말도 수천의 얘기를 전해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이제부터는 진정한 쉼을 누리시는 살구꽃님 되시기를 빕니다.
@박현안
합평 고맙습니다. 제가 쓰면서 걸렸던 것들이 현안님에겐 너무나 선명하게 다 드러났고,
감출수 없다는 걸 확인합니다. :)
그래서 합평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감사한 피드백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얼룩소의 '얼에모' 글을 쓰는 의미가 점점 커졌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얼룩소의 글을 쓸때와는 자세부터가 다르죠. 다른 멤버들도 그러시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모임분들의 글들을 읽다보면 회가 거듭될수록 글쓰기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정성들여 써주신 글, 잘 활용하면서 공부해보겠어요. 얼에모를 제출하고 맞는 토요일 오늘이 참 가볍고, 더구나 3월이라 봄꽃들이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현안님네는 일년내내 연중무휴로 피는 두 송이 꽃이 있으시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더불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합평]
쉼에 대한 글임에도 일에 대한 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사실 살구꽃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 멤버들의 글이 그랬습니다. 그만큼 쉼이란 결국 일의 반대편에 놓일 수밖에 없고, 일을 놓아야만 그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더 짙게 합니다.
살구꽃님 글의 가장 도드라지는 장점은 산문임에도 시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과, 상황에 대한 절묘한 묘사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글의 장점은 무척 세련돼 보이고 절제와 여운이 가득하다는 점인데요, 반면에 명확히 글쓴이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기도 합니다. 이전의 글들에서 장점이 잘 보였다면, 이번 글에서는 단점이 더 드러나 보여서 좀 아쉬웠습니다. 변명이라는 글을 올리셨는데, 아무래도 정신 없었던 일상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해봅니다.ㅜㅜ
짧은 에세이에 일생 동안 거쳐온 일에 대해 적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편적으로 스치기만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보입니다. 평생 일을 계속해왔던 이유라든가, 그 안에서 나만의 쉼은 무엇이었는지, 지금 글쓴이에게 쉼은 무엇이고 어떻게 쉬고 싶은지. 좀더 명확하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에 모닝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부분에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좀 갑작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아무래도 일하시면서 가장 쉼으로 여기신 게 바로 모닝커피인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 대해 독자들이 잘 공감할 수 있도록 앞부분에 적절한 관련 이야기 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글에는 이전과 달리 비문도 자주 보였습니다. ㅜㅜ 퇴고하시면서 전체 맥락도 그렇지만 비문도 잘 잡아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는 어떤 일을 했기에 텃새를 느꼈는지, 농사학교를 간 건 어떤 일을 하던 언제였는지, 대전에서는 일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지 등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한 글에 담다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시고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춘 뒤 그와 연관된 이야기들로만 구성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때는 살구꽃님의 문체가 장점으로 환하게 빛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글감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에세이 모임에서 살구꽃님을 만난 건 제게 선물같은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글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글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수지
수지님 글을 읽다보니 제 쉼은 그리고 쓰고? 이웃어르신 만나고 ... 그런 시간이지 않을까 싶네요. 몸은 움직이지만 정신적으로 공감하는 그런 분위기에 있을 때
쉼다운 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룩소에서 우연히 눈에 띄거나 마음이 가는 그런 글들과 함께 하는 것도
충분한 휴식이 되는데, 어느 때는 슬프고 너무 아름다운 영화한편 보는 것 같아
계속 그 감정이 남아 있을 때가 있어요.
현실이 영화를 넘어서는 느낌이지요. 꽃바람이 살랑대는 3월 중간의 날씨,
오늘 여기는 뿌옇네요.
그래도 마음만은 화창한 봄날 주말되시길 바라요~ ^^
삶의 보람을 찾기 위해 일을 선택했지만 일에 매몰되어 자신을 잃어가던 과정을 보여주는 글이다. 생계를 위해 일할 때도 자신의 꿈을 찾아 일할 때도 후회는 없었지만 쉼 없는 삶이 주는 고통이 있었다고 말한다. 일을 하라고 다그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삶을 에너지를 일을 위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야 할 순간을 알고 적절한 휴식을 취했더라면 살구꽃의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지역을 오가며 열다섯 번의 이사를 했다는 문장이 여전히 잘 쉬지 못한다는 마지막 문장과 겹쳐졌다. 열다섯 번의 이사를 무엇을 위한 이사였을까. 이사의 중심에는 살구꽃이 있었을까. 지금도 잘 쉬지 못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스스로를 옥죄게 만들던 직장을 떠났음에도 쉴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합평]
쉼에 대한 글임에도 일에 대한 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사실 살구꽃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 멤버들의 글이 그랬습니다. 그만큼 쉼이란 결국 일의 반대편에 놓일 수밖에 없고, 일을 놓아야만 그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더 짙게 합니다.
살구꽃님 글의 가장 도드라지는 장점은 산문임에도 시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이야기의 흐름과, 상황에 대한 절묘한 묘사들이 그렇습니다. 이런 글의 장점은 무척 세련돼 보이고 절제와 여운이 가득하다는 점인데요, 반면에 명확히 글쓴이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기도 합니다. 이전의 글들에서 장점이 잘 보였다면, 이번 글에서는 단점이 더 드러나 보여서 좀 아쉬웠습니다. 변명이라는 글을 올리셨는데, 아무래도 정신 없었던 일상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짐작을 해봅니다.ㅜㅜ
짧은 에세이에 일생 동안 거쳐온 일에 대해 적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편적으로 스치기만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보입니다. 평생 일을 계속해왔던 이유라든가, 그 안에서 나만의 쉼은 무엇이었는지, 지금 글쓴이에게 쉼은 무엇이고 어떻게 쉬고 싶은지. 좀더 명확하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에 모닝커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앞부분에 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좀 갑작스럽게 여겨졌습니다. 아무래도 일하시면서 가장 쉼으로 여기신 게 바로 모닝커피인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 대해 독자들이 잘 공감할 수 있도록 앞부분에 적절한 관련 이야기 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글에는 이전과 달리 비문도 자주 보였습니다. ㅜㅜ 퇴고하시면서 전체 맥락도 그렇지만 비문도 잘 잡아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는 어떤 일을 했기에 텃새를 느꼈는지, 농사학교를 간 건 어떤 일을 하던 언제였는지, 대전에서는 일을 꼭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지 등 의문이 드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한 글에 담다보니 그런 것 같은데요,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시고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춘 뒤 그와 연관된 이야기들로만 구성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때는 살구꽃님의 문체가 장점으로 환하게 빛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글감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에세이 모임에서 살구꽃님을 만난 건 제게 선물같은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글도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글도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합평]
열다섯 번의 이사와 쉼 없이 이어진 일들로 치열했던 살구꽃님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새로 정착할 때마다 새로운 일을 찾고,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도 주말부부나 남편의 이직, 출산과 육아 문제로 결혼 12년 동안 다섯 번의 이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살구꽃님께서 이사 과정에서 겪은 혼란과 스트레스 또한 매우 컸으리라 짐작을 합니다. 어떠한 연유로 계속 이사를 하셨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농사학교 이야기는 흐뭇하게 옛 추억에 잠겨 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글쓴이의 그리움과 행복감이 느껴졌습니다.
<일로 치달았던 몸과 마음이 조금 길어진 휴식을 불편해했다. 살면서 ‘온전히’ 경험한 쉼이 없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
아마 당시 신부님의 연락이 없었다면 쉼에 익숙해지거나 방법을 찾지는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살구꽃님의 성품을 보건대 그룹홈의 일을 하며 보람을 많이 느끼고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아낌없이 주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
자발적인 쉼을 찾을 수 있다면 너무나 이상적이지만 월급에 쉼을 반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현실인 듯합니다.
<세상은 서로 다른 힘들이 모여 있는 곳,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곳이듯 내 몸도 그런 것일지 몰랐다.>
살구꽃님의 몸이 균형을 잘 이루어 앞으로의 삶은 온전한 쉼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
[합평]
일을 하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건 과연 일이라고 불릴만한가... 하는 그런 생각. 뭔가 일하면서 누적되는 게 있어야 일하는 맛이 나는데, 일할 때마다 소모된다는 생각이 들면, 그리고 다음 번에 일하게 될 때 연계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래도 좀 허탈해지는 느낌이 들죠.
어쩌면 제가 일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속성이 없는 게 default이고, 지속성이라도 있었다는 게 기적이었는지도요.
숨 가쁘게 휘몰아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삶, 온전히 쉼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삶. 어떤 삶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꼭 정답대로만 살아야 하는지도 솔직히 좀 미지수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일 때문에 힘든 것보다 사람 때문에 힘든 게 많다더니. 어느 조직에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닦달하긴 하는데, 과연 그게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참 미지수 같기도 하고요.
쉼에 대한 글을 쓰면서 쉼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글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합평>
쉴새없이 몰아치는 일들, 내가 삶이 주체가 아닌 일이 나를 이끌어가는 삶의 모습이 이어지는 것을 보며 많이 힘들었겠다, 정신이 없었겠다, 아이들 키우기 쉽지 않았겠다고 느꼈습니다. 마음과 태도의 변화보다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가 되다보니, 조금 더 깊은 내면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 개인적으로 조금 더 자세히 작성해 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사는 보통일이 아닌데, 15번의 이사를 가는 삶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옆집 사는 사람 얼굴도 모르지만,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 전체가 이웃이고 얼굴을 알고 지냈을텐데, 그런 소소한 정을 느낄 틈이 없이 빡빡한 삶을 살아온 모습을 느꼈습니다. 아이들 교육에도
잦은 이사는 매우 민감할 수 있는데, 잘 자라준 것 같아서 마음이 놓입니다.
살구꽃님에 명함을 비빌 수준은 못되지만, 나름 남부럽지 않게 미친듯이 일하다가 저도 다 내려놓고 쉬고 있는 중입니다. 살아온 모습과 세월은 많이 다르겠지만, 치열하게 달려오다가 갑자기 '정지'상태로 붕 뜬 것 같은 상태에 놓인 것은 저와 동일한 상태인데요. 저는 생각보다
쉬는 기쁨이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당장 돈에 대한 불안, 계속 쉬어도 되어도 되는지에 대한 걱정 등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내 선택에 대한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기 위해 '열심히' 쉬고 있습니다. 불안함이 없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돈이 절대적이고 최고의 가치는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깨우치고 있는 요즈음 입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조금은 여유를 가지며 나를 돌아보는 삶이 되시길.
[합평]
인생 전반에 걸쳐서 한가지 일들도 아니고 계속되는 변화와 쉼없는 일들, 그리고 열다섯번의 이사. 생각만해도 바삐사시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살구꽃님이 가지신 멋진 능력이죠. 눈앞에 상상이 되게 하시는.
그래서 오히려 살구꽃님은 휴식이 조금 불편한 타이밍에 마침 J신부님이 전화가 오셨다고 쓰셨지만, ‘꼭 경제적으로 하셔야되는 상황이 아니였다면… 어우..저 전화 안왔었으면 좋았겠다. 어느 땐데 쉬다뇨. 쫌 쉬게 두시면 안될까요.’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네요. 언제나 월급이라는 금융치료가 일을 따라오지만, 휴식이 반납되니까요.
모닝커피가 주었던 휴식은 얼마나 달콤했을지. 또 다른 쉼으로 소개하셨던 “몸은 움직이는데 마음이 환해지고 머릿속에 안개가 걷히며 눈이 맑아지는” 그런 활동은 농사학교 말고, 다른 순간들이 있으셨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살구꽃님의 이전 얼에모 글들 [글 / 돈 / 일] 과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글이었는데 이유는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글들에 비해서는 장면묘사를 통한 마음을 보여주시는 비중보다 직접적으로 마음과 생각을 들려주신 부분이 조금 더 늘어나서 그런가 해봅니다. [그러기에는 여전히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은 선한데 무엇일까요? 한번 저자로서 다시 읽어보실 기회가 생기셔서, 답을 찾게되시면 알려주세요-]
에세이를 쓰는 시간이 일이 아니라 쉼이 되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글에 감사 드립니다.
[합평]
쉼 없이 다양한 일을 하며 달려오신 살구꽃님의 나날에 함께 숨이 가빠집니다.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못하신 건 역시 잦은 이사 때문이었나 봅니다.
목디스크에 걸릴만큼 일에 파묻혔다가 농사학교에서 아이들이랑 농사를 지으신 살구꽃님은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비록 한 달에 한 번이었지만 그 한 번도 살구꽃님에겐 커다란 쉼이어서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복지사란 직업은 느낌상 살구꽃님이랑 아주 잘 맞을 것 같은데 일 이외의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때로는 일을 포기하게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무슨일을 하시든 최선을 다하고 강한 책임감을 가지신 분이란 게 글 전체에서 풍겨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역시 건강이 최고죠. 내 몸을 갈아 넣으며 일에 몰두하며 사신 살구꽃님. 이제는 마음도 몸도 좀 쉬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즘의 살구꽃님은 그래도 좀 여유롭게 보이십니다.
그림을 그리시고 글을 쓰시고 자연도 돌아보시고...
통장일이 좀 힘드실라나요? ㅎㅎ 그래도 살구꽃님 같이 많은 능력을 가지신 분은 어느 정도의 일은 해주시는게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란 생각이 드는 군요.
많은 일이 있었기에 짧은 글 속에 다 담진 못하겠지만 한 마디 말도 수천의 얘기를 전해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이제부터는 진정한 쉼을 누리시는 살구꽃님 되시기를 빕니다.
@박현안
합평 고맙습니다. 제가 쓰면서 걸렸던 것들이 현안님에겐 너무나 선명하게 다 드러났고,
감출수 없다는 걸 확인합니다. :)
그래서 합평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감사한 피드백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얼룩소의 '얼에모' 글을 쓰는 의미가 점점 커졌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얼룩소의 글을 쓸때와는 자세부터가 다르죠. 다른 멤버들도 그러시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모임분들의 글들을 읽다보면 회가 거듭될수록 글쓰기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정성들여 써주신 글, 잘 활용하면서 공부해보겠어요. 얼에모를 제출하고 맞는 토요일 오늘이 참 가볍고, 더구나 3월이라 봄꽃들이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현안님네는 일년내내 연중무휴로 피는 두 송이 꽃이 있으시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더불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수지
수지님 글을 읽다보니 제 쉼은 그리고 쓰고? 이웃어르신 만나고 ... 그런 시간이지 않을까 싶네요. 몸은 움직이지만 정신적으로 공감하는 그런 분위기에 있을 때
쉼다운 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룩소에서 우연히 눈에 띄거나 마음이 가는 그런 글들과 함께 하는 것도
충분한 휴식이 되는데, 어느 때는 슬프고 너무 아름다운 영화한편 보는 것 같아
계속 그 감정이 남아 있을 때가 있어요.
현실이 영화를 넘어서는 느낌이지요. 꽃바람이 살랑대는 3월 중간의 날씨,
오늘 여기는 뿌옇네요.
그래도 마음만은 화창한 봄날 주말되시길 바라요~ ^^
@살구꽃님 옛말에 그런말이 있잖아요.. 병이 크게 나봐야 쉰다구요..
돈 벌던 사람은 돈을 벌어야 하고, 쉬어본 사람이 쉴 줄 안다는 말도 있구욤..
그림도 그리시고, 글도 쓰시고, 통장일도 보시고, 그래도 바쁘십니다.
살구꽃님의 시적인 글, 소설같은 글, 너무 좋아요..
삶이 묻어나는 글 속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늘 건강 잘 챙기시고
오늘도 복된 하루 보내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