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나 봄 (성선설 vs 성악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내 삶을 나답게 살고 싶은
2024/03/09
이렇게 예쁜 색이 있을까요? ⓒ콩사탕나무
 
사회 초년생 시절, 직장에서 겪었던 좋고 나쁜 이야기들을 시시콜콜 엄마에게 떠벌렸다. 아마 병동의 악명 높았던 책임간호사에 관한 이야기를 제일 많이 했을 것이다. 퇴근하고 기분이 별로일 때는 가족들이 ‘또 000 때문이냐?’며 이름도 알 정도였으니까. 엄살이 심한 내가 아무리 아프다, 힘들다는 표현을 해도 살갑게 받아주지 않던 엄마는 누구에게 당하거나 속상할 때만은 과할 정도로 내 편을 들어주었다. 

“완전 나쁜 X이네, 그거”

 대신 속시원한 욕을 해주는 엄마의 반응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그럼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이 한풀 꺾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야’라며 주춤하곤 했다. 엄마는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내게 나쁘면 그게 바로 나쁜 인간이라고 했다. 그럴싸한 논리였다. 그래, 내게 좋은 사람이 선한 사람이지 뭘 복잡하게 생각을 해.

 반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는 아버지는 항상 ‘그 사람도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 거야’라는 말을 하며 찐 성인군자의 면모를 보였다. 그리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대문 앞에 찾아온 거지를 들여 밥을 먹였고, 믿었던 친구의 보증을 서 돈도 친구도 잃었다. 엄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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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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