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9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2/11/17


1999년 11월 17일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제대로 잠을 이루지는 못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내가 깰까 조심스럽게 도시락을 준비하던 엄마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김밥을 싸고 추운 날 체할까 따뜻한 계란국을 보온 도시락에 싸 주었다.
오직 그날을 위해 19년을 살아온 것처럼 선생님과 부모님은 그 시험을 치르면 모든 것이 끝날 것처럼 말씀하셨고 나 또한 그렇게 믿었다. 처음 겪어보는 극심한 긴장감을 느끼며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같은 교실에 배정된 친한 친구도 있었고 낯선 학생도 많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전 시험을 치르고 대여섯 명의 친구들과 점심을 먹었다. 친구 중 하나가 답안지를 미루어 써 대성통곡을 하였다. 울고불며 난리를 쳤고 나머지 시험은 치르지 않겠다며 밥도 먹지 않았다. 마음이 아팠고 덩달아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 결국 그 친구는 끝까지 시험을 치렀고, 수능 점수는 엉망이라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을 했다. 인생이 끝날 것 같았지만 편입도 하고, 지금은 은행에 근무하며 상승장구 중이다.) 

시험을 다 치르고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비 오듯 흘렀다. 그 단 하나의 시험으로 미래가 결정이 난다는 것에서 오는 부담과 인생의 한 관문을 넘어섰다는 뿌듯함,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설렘이 한꺼번에 뒤섞여 흐른 눈물이었다.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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