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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365일 음악을 만들죠. 감귤, 레몬 나무랑“

루시드폴
루시드폴 인증된 계정 · 음악인, 농부
2023/12/12
©루시드폴
조용한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깊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루시드폴 음악을 들을 때 숨죽이고 들은 적이 자주 있습니다. ‘고등어’가 그랬고 ‘오, 사랑’도 그랬고 ‘한없이 걷고 싶어라’, ‘안녕’, ‘읽을 수 없는 책’, ‘불안의 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곡 제목을 읊다가는 밤을 샐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7일 산문집 『모두가 듣는다』를 출간하고 앰비언트 앨범 <비잉-위드(Being-with)>를 발표한 루시드폴을 12월 7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2022년 발표한 정규 10집 <목소리와 기타> 이후 약 1년 만이네요. 그동안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사진집 『너와 나』 등을 썼지만 음반과 결합된 방식이 아닌 단독 산문집은 처음입니다. 이번 책은 ‘음악과 소리’에 대한 글 모음집입니다.

음반과 책을 같은 시기에 발표하는 게 벌써 네 번째인데요. 이번에는 시기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타이밍이 맞았습니다. 원래는 책이 먼저였어요. 작년 초에 원고를 몇 편 편집자께 보내 드렸는데 <목소리와 기타> 작업을 시작하면서 원고 작업을 전혀 하지 못했죠.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책 작업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초부터 글을 썼어요. 워밍업하는 시간이 꽤 걸렸죠. 
 
루시드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책입니다. 묶인 글들의 양도 상당합니다.
 
올해에 반드시 책을 내야 한다는 제약은 없었어요. 과연 글이 써질까? 의문도 있었고요. 왜냐면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글과 멀어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심지어 가사가 없는 곡이 더 나다워지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음악이나 소리에 관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어요. 언어화 하기가 어려워서 계속 좌절만 하고 있었죠. 
 
그렇게 계속 글을 붙잡고 있었어요. 새벽 일찍 도시락을 싸가지고 나와서 난로 앞에서 차를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글이 안 써져 허탕을 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저는 오전 10시, 11시가 넘어가면 그때부턴 잠을 자야 해요. 11시가 넘어가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고 보거든요. 새벽 5시, 6시부터 아무 실마리도 안 잡히면 그냥 집에 오는 거죠. 아니면 허탕을 치고 점심 먹고 귤 농장에서 일하다 오고요. 
 
2019년 12월에 정규 9집 <너와 나>가 나왔을 때 뵈었죠. 당시 인터뷰하면서 “다음 앨범의 주인공은 식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나무와도 협업을 하셨어요. 
 
<너와 나> 음반을 만들면서도 그런 조짐이 있긴 했지만 앰비언트(Ambient) 음악을 만들면서부터 1년 365일 내내 음악을 만드는 체제가 돼버렸어요. 예전에 음반을 만들 때는 한 해는 쉬면서 음악도 듣고 다른 일도 했는데, 제주에서 음악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소리를 채집하러 다니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농부로서의 연륜도 꽤 쌓이셨어요. 
 
벌써 10년차입니다. 이 놈의 농사 일은 제 딴에는 아무리 기를 써도 항상 모자랍니다. 땅의 야생성을 감당할 수 없어서 무력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지금까지 해온 대부분의 일은 내가 열심히 하면 결과가 아주 좋지 않아도 스스로 부끄럽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농사는 항상 부족합니다. 이를테면 나무에 깍지벌레가 자주 생겨요. 대개 기계유유제로 방제하죠. 하지만 그걸 한다고 해도 다 없어지진 않아요. 세상에는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자연이라는 생태계에서는 무력할 때도 많습니다. 
 
농사가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예측하지 못한 기상 변화 앞에선 무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사를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적은 없나요?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귤 농사로 얻는 수입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게 절대 액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모든 게 상대적이니까요. 제가 농사를 하며 얻는 1년의 수익이 누군가가 보면 적을지 몰라도 저에겐 그냥 감사하다, 많다라고 느껴요. 되게 복잡합니다. (웃음) 되게 심플하게 뭔가 이야기할 수 있으면 저도 참 좋겠는데, 지금은 어떤 느낌이냐면 동기화가 되어버렸어요. 이를 테면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해요. 그렇다고 가족을 버릴 수 있나요? 아니죠. 연락을 끊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심플하지 않잖아요. 나무들과 저의 관계도 비슷해요. 복잡해요.
©루시드폴
『모두가 듣는다』는 제목이 루시드폴과 참 어울립니다. 어떻게 나온 제목인가요? 
 
책을 쓸 때 한 꼭지가 완성되면 이하나 편집자님께 한 편씩 보내드렸어요. 이번에 글을 쓸 때 제 마음은 제목 같은 건 모두 맡기자고 생각했고요. 편집자님께서 제안해주신 제목이었는데 듣자마자 좋았습니다. 
 
책에 가족 이야기가 꽤 등장해요. 어머니의 된장 이야기도 재밌었고요. 할아버지의 문자 메시지는 되게 뭉클하고 여운이 길었어요.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너희가 땀 흘려 키운 귀한 귤을 보내주었구나.(112쪽)”라는 문장이었는데요.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저는 사람도 생물도 나이가 들면 쇠퇴하는 게 많다고 봐요. 대부분 몸도 쇠퇴하고 정신도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편이에요. 계속 애를 쓰지 않으면 쇠퇴하는 방향으로 가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고 설령 애를 쓰더라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더 또렷한 정신으로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려면 정말 정말 애를 써야 해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애씀을 되게 많이 느껴요.
 
어떤 면일까요?
 
일단 굉장히 세심하게 피드백을 주고 교류해요. 이를 테면 귤을 보내드렸을 때, 제 친구들이나 선배들만 해도 고맙다고 연락이 오는 사람도 있고 따로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 메시지 하나를 보내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란 말이죠.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 그 에너지를 쓰기 싫거나 고갈되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럼에도 어떤 분들, 저희 어머님과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꼭 표현을 하세요. 왜 내가 좋았고 무엇에 감동받았는지, 나는 이 순간에 왜 너를 위해 기도하고 또 고맙고 미안한지를 이야기하세요. 이런 모습이 저는 굉장한 긍정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은 마냥 행복한 곳이야” 같은 긍정이 아니라 굉장히 근본적인 긍정이에요. 사랑에 대한 긍정의 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얼마 전 ‘제1회 음유시인문학상’을 수상하셨어요. 10집 <목소리와 기타>의 수록곡 「한 줌의 노래」로 선정되었는데 1회 수상자인만큼 더 남다른 기분을 느꼈을 것 같아요. 
 
제가 상을 받아서 감사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상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문학을 하는 분들이 음악하는 분들을 위해 이런 상을 만들어주신 거잖아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준비하셨더라고요. 2,3년 동안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다른 이유 없이 이런 상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만들어진 상이라, 이 마음이 저는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곧이네요. 12월 16일, 17일에 베리어-프리 공연을 하시죠. 특별한 기획으로 꾸며진 시간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다시 해보기도 어려울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패션쇼 런웨이를 닮은 트레버스 스테이지부터 무척 독특하고, 대기실과 무대, 로비의 경계도 사라진 듯한 공연장 콘셉트도 파격적입니다. 1부는 북 토크와 무용 공연이고요 2부는 조윤성 님, 파코드진 님과 함께 꾸밉니다. 올해는 ‘이야기’에 가까운 노래들을 선보일 예정이고요. 북 토크와 공연 모두 수어 통역사들께서 함께 해주세요. 

2023년 12월 12일부터 12월 14일(목요일) 23시 59분까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루시드폴이 직접 답합니다.
매일 1명씩, 총 3명의 질문자를 루시드폴이 선정해 5000 포인트를 드려요.
(발표 = 12월 13일~12월 15일까지, 매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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