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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365일 음악을 만들죠. 감귤, 레몬 나무랑“
2023/12/12
조용한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더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깊이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루시드폴 음악을 들을 때 숨죽이고 들은 적이 자주 있습니다. ‘고등어’가 그랬고 ‘오, 사랑’도 그랬고 ‘한없이 걷고 싶어라’, ‘안녕’, ‘읽을 수 없는 책’, ‘불안의 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곡 제목을 읊다가는 밤을 샐지도 모르겠네요) 지난 7일 산문집 『모두가 듣는다』를 출간하고 앰비언트 앨범 <비잉-위드(Being-with)>를 발표한 루시드폴을 12월 7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2022년 발표한 정규 10집 <목소리와 기타> 이후 약 1년 만이네요. 그동안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사진집 『너와 나』 등을 썼지만 음반과 결합된 방식이 아닌 단독 산문집은 처음입니다. 이번 책은 ‘음악과 소리’에 대한 글 모음집입니다.
음반과 책을 같은 시기에 발표하는 게 벌써 네 번째인데요. 이번에는 시기를 맞추려고 하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타이밍이 맞았습니다. 원래는 책이 먼저였어요. 작년 초에 원고를 몇 편 편집자께 보내 드렸는데 <목소리와 기타> 작업을 시작하면서 원고 작업을 전혀 하지 못했죠.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책 작업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연초부터 글을 썼어요. 워밍업하는 시간이 꽤 걸렸죠.
루시드폴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책입니다. 묶인 글들의 양도 상당합니다.
올해에 반드시 책을 내야 한다는 제약은 없었어요. 과연 글이 써질까? 의문도 있었고요. 왜냐면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글과 멀어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심지어 가사가 없는 곡이 더 나다워지고 있다고 생각했고요. 음악이나 소리에 관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어요. 언어화 하기가 어려워서 계속 좌절만 하고 있었죠.
그렇게 계속 글을 붙잡고 있었어요. 새벽 일찍 도시락을 싸가지고 나와서 난로 앞에서 차를 마시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글이 안 써져 허탕을 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저는 오전 10시, 11시가 넘어가면 그때부턴 잠을 자야 해요. 11시가 넘어가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끝났다고 보거든요. 새벽 5시, 6시부터 아무 실마리도 안 잡히면 그냥 집에 오는 거죠. 아니면 허탕을 치고 점심 먹고 귤 농장에서 일하다 오고요.
2019년 12월에 정규 9집 <너와 나>가 나왔을 때 뵈었죠. 당시 인터뷰하면서 “다음 앨범의 주인공은 식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나무와도 협업을 하셨어요.
<너와 나> 음반을 만들면서도 그런 조짐이 있긴 했지만 앰비언트(Ambient) 음악을 만들면서부터 1년 365일 내내 음악을 만드는 체제가 돼버렸어요. 예전에 음반을 만들 때는 한 해는 쉬면서 음악도 듣고 다른 일도 했는데, 제주에서 음악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소리를 채집하러 다니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농부로서의 연륜도 꽤 쌓이셨어요.
벌써 10년차입니다. 이 놈의 농사 일은 제 딴에는 아무리 기를 써도 항상 모자랍니다. 땅의 야생성을 감당할 수 없어서 무력함을 느낄 때가 많아요. 지금까지 해온 대부분의 일은 내가 열심히 하면 결과가 아주 좋지 않아도 스스로 부끄럽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농사는 항상 부족합니다. 이를테면 나무에 깍지벌레가 자주 생겨요. 대개 기계유유제로 방제하죠. 하지만 그걸 한다고 해도 다 없어지진 않아요. 세상에는 사람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자연이라는 생태계에서는 무력할 때도 많습니다.
농사가 정말 어려운 작업입니다. 아무리 경험이 쌓여도 예측하지 못한 기상 변화 앞에선 무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농사를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적은 없나요?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귤 농사로 얻는 수입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이게 절대 액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모든 게 상대적이니까요. 제가 농사를 하며 얻는 1년의 수익이 누군가가 보면 적을지 몰라도 저에겐 그냥 감사하다, 많다라고 느껴요. 되게 복잡합니다. (웃음) 되게 심플하게 뭔가 이야기할 수 있으면 저도 참 좋겠는데, 지금은 어떤 느낌이냐면 동기화가 되어버렸어요. 이를 테면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해요. 그렇다고 가족을 버릴 수 있나요? 아니죠. 연락을 끊으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심플하지 않잖아요. 나무들과 저의 관계도 비슷해요. 복잡해요.
『모두가 듣는다』는 제목이 루시드폴과 참 어울립니다. 어떻게 나온 제목인가요?
책을 쓸 때 한 꼭지가 완성되면 이하나 편집자님께 한 편씩 보내드렸어요. 이번에 글을 쓸 때 제 마음은 제목 같은 건 모두 맡기자고 생각했고요. 편집자님께서 제안해주신 제목이었는데 듣자마자 좋았습니다.
책에 가족 이야기가 꽤 등장해요. 어머니의 된장 이야기도 재밌었고요. 할아버지의 문자 메시지는 되게 뭉클하고 여운이 길었어요.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너희가 땀 흘려 키운 귀한 귤을 보내주었구나.(112쪽)”라는 문장이었는데요.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저는 사람도 생물도 나이가 들면 쇠퇴하는 게 많다고 봐요. 대부분 몸도 쇠퇴하고 정신도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편이에요. 계속 애를 쓰지 않으면 쇠퇴하는 방향으로 가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고 설령 애를 쓰더라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더 또렷한 정신으로 남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려면 정말 정말 애를 써야 해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애씀을 되게 많이 느껴요.
어떤 면일까요?
일단 굉장히 세심하게 피드백을 주고 교류해요. 이를 테면 귤을 보내드렸을 때, 제 친구들이나 선배들만 해도 고맙다고 연락이 오는 사람도 있고 따로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니까 사실 메시지 하나를 보내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란 말이죠.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 그 에너지를 쓰기 싫거나 고갈되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럼에도 어떤 분들, 저희 어머님과 할아버지 같은 경우는 꼭 표현을 하세요. 왜 내가 좋았고 무엇에 감동받았는지, 나는 이 순간에 왜 너를 위해 기도하고 또 고맙고 미안한지를 이야기하세요. 이런 모습이 저는 굉장한 긍정의 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은 마냥 행복한 곳이야” 같은 긍정이 아니라 굉장히 근본적인 긍정이에요. 사랑에 대한 긍정의 힘,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얼마 전 ‘제1회 음유시인문학상’을 수상하셨어요. 10집 <목소리와 기타>의 수록곡 「한 줌의 노래」로 선정되었는데 1회 수상자인만큼 더 남다른 기분을 느꼈을 것 같아요.
제가 상을 받아서 감사했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상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감사했어요. 문학을 하는 분들이 음악하는 분들을 위해 이런 상을 만들어주신 거잖아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준비하셨더라고요. 2,3년 동안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다른 이유 없이 이런 상이 우리나라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로 만들어진 상이라, 이 마음이 저는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곧이네요. 12월 16일, 17일에 베리어-프리 공연을 하시죠. 특별한 기획으로 꾸며진 시간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쩌면 다시 해보기도 어려울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패션쇼 런웨이를 닮은 트레버스 스테이지부터 무척 독특하고, 대기실과 무대, 로비의 경계도 사라진 듯한 공연장 콘셉트도 파격적입니다. 1부는 북 토크와 무용 공연이고요 2부는 조윤성 님, 파코드진 님과 함께 꾸밉니다. 올해는 ‘이야기’에 가까운 노래들을 선보일 예정이고요. 북 토크와 공연 모두 수어 통역사들께서 함께 해주세요.
2023년 12월 12일부터 12월 14일(목요일) 23시 59분까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루시드폴이 직접 답합니다.
매일 1명씩, 총 3명의 질문자를 루시드폴이 선정해 5000 포인트를 드려요.
(발표 = 12월 13일~12월 15일까지, 매일 오전 9시)
루시드폴님의 글과 답변글들을 읽고 어제 잠들기전에 Being-with를 들었습니다. 비오는 밤, 제주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편안한 밤이었습니다. 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황다은 감사합니다. 다은님도 좋은 글 쓰시기를 멀리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
@v38317v 님 안녕하세요! 오늘의 질문으로 꼽아놓고 답변이 제일 늦었습니다. 오전 일찍 부터 연습이 있어서 그렇게 되었어요.
1) 분노가 어디를 향한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봅니다. 나에 대한, 그리고 사소한 - 사변적인 분노는 제 경험상, 그리 제 생에 중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한 템포 지나고 나면, 금세 사그라들 기도 하더라구요.(그럼에도 문득문득 불쑥불쑥 무언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ㅎ) 타인 혹은 타자에 대한 누군가의 폭력이나 혐오 혹은 부조리에 대한 분노라면, 그 분노를 어떻게든 승화시킬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음악이 되는데요. '주제화' 시킨다는 의미라기 보다, 제 안에 차곡차곡 쌓아 비료로 삼아두다 보면, 언젠가, 분명, 창조적인 형태로 다시 나타난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혹은 그 분노의 원인을, 아주 사소한 수준일지라도 감쇄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찾아보고, '실천'하려 노력해봅니다. 이를테면 투표일 수도 있고, 기부나 후원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인스타에서 좋아요를 누름으로서 '공감'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2) 글세요... 호기심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그 호기심이란, 배우고 싶다는 호기심,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이라기 보다, 저 같은 경우는, 내가 현지인에게 그들의 말을 쓸 때, 그들은 어떻게 마음을 열까. 얼마나 우리는 가까워질 수 있을까. 그런 '공감'에 대한 호기심에 더 가깝습니다. 얼마전 어떤 저녁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한 분과 몇 마디만 했을 뿐인데, 너무나 놀라고 신기해하면서 제 주변으로 포르투갈 분들이 다 모여들었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몇 마디 서로 나누다 보면, 다른 방식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어떤 '벽'이 순식간에 무너져버립니다. 저는 그런 순간이 너무 좋고요. 또 하나는, '영어' 지상주의에 대한 삐딱함 뭐 이런 것도 있습니다. ㅎ 영어가 '기본값'이 되는 듯 사고하고 행동하는 분들을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내외국인 막론하고요.
3) 루틴은 앞서 제가 적은 답변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4) '경험을 경험하는' 길. 섣불리 단정짓거나 내가 알고 경험한 얄팍한 선지식에 기대 판단하지 않고, 말 그대로 '판단중지'하고 사물이나 사태를 바라보려는 연습,이 아닐까 합니다. 총론만 말하자면요.
5) 소울메이트이자 바디메이트
6) 나의, 너무도 소중한, 하지만 읽을 수 없는 책 한 권. ^^
7) 하나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늙어가는 것이고, 그건 모든 생명에 똑같이 해당되는 것이니까요. 다만 함께 하는 순간 동안, 최대한 기꺼이 그리고 열렬히 사랑하고 할 수 있는 한 온몸과 마음을 다해 아껴주다가, 때가 되면 헤어지는 것.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역시나 행복하게 함께 지냈습니다.^^
8) 언젠가 갈 수 있겠지요? 뭐.. 안 가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내 마음 속에.. 쿨럭)
9) 음.. 그럴 때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저는 새벽부터 오전 10시 경까지 제 마음 혹은 감정이 '열리는' 시간이라, 그때 듣는 음악, 그때 읽는 책은 강도가 아주 다르게 저에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잘 이용하려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프로 음악인이다 보니 '학습'하는 모드로 접근하면서 분석하고 참고하며 듣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확실히 예전보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음악이 너어어무 많고, 너어어무 쉽게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엘피나 테이프처럼 불편한 매체로, 음악을 들으려 '속도조절'을 하는 초식을 쓰기도 합니다. ㅎ
10) 내일과 모레 엘지아트센터로 오셔도 되고요. ^^ 12/21부터 1/7까지 정동의 스페이스 소포라에서 전시회를 가집니다. 제가 한 세 번 쯤... 그곳에서 뭔가를 할 생각이에요. 12/23일에는 북토크를 조금 더 소규모로 할 예정이고요 (알라딘에 가시면 이벤트 링크가 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흠.. 12/27에는 아아주 놀라운 방식의 음감회를... 준비중입니다. 엄청 (웃을 혹은 감동할)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
@랭랭 님 안녕하세요! 돌문화공원 공연에 오셨던 분들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저도 머지 않은 시기에 꼭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분명 기회가 있겠지요.^^
하루 일과 중 루틴이라면.. 새벽 일찍 (세시 반에서 네시 쯤) 일어나서 차를 마시는 것. 근 몇 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루틴(이라면 루틴)입니다.
요즘 듣는 음악은, 이 앞의 분께 드린 답장에 제가 자세히 적어놓았습니다. 한 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읽고 있는 책은.. 최근에 <미야자와 겐지의 문장들>을 읽었고 (매우 감명 깊게), 요즘에는 메를로 퐁티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만 공연, 책, 음반 일 때문에 시간이 너무 없어요. ㅠ). 영화는 최근에 본 영화(라고 해봤자 몇 달 전이겠습니다만)는 '사랑하는 당신에게'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보았는데 두 편다 아주 강렬하진 않았어요.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마음에 깊이 남은 영화는 역시 '수라'와 '페르시아어 수업' 두 편입니다. '수라'를 보고는 너무 큰 감동을 받아서 이번 책의 한 꼭지 - 비단에 수를 놓듯 - 를 쓸 정도였으니까요.
MBTI는 INFJ입니다.
둘 중 하나라.. 글세요. 그때그때 다르겠지요? :) 저는 둘 다 가까이 품고 살고 싶고 또 그러고 있는 터라. ^^
저의 낙은,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 아내, 반려견 보현과 함께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 귤나무를 보살피고 과수원을 드나드는 수많은 이들을 느끼는 것. 크게 생각나는 건 그 정도 입니다.
@루시드폴 글쓰기에 대한 세심하고 상세한 답 감사해요! 후회와 자책없이 자신이 쓴 글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 또한 제가 작가가 맞을까 늘 의심하면서 글을 씁니다.^^;; 그래도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는 건 저를 통과해서 나오는 글은 어디에도 없을테니 글이 저를 통과해서 세상으로 온전히 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두고 쓸고 닦아야겠다, 그 마음으로 갑니다. 루시드폴님의 글 또한 루시드폴님의 삶을 통과해서 나온 유일무이한 글이니 계속해서 써주세요^^ 책이 하나의 건물이라면, 누군가는 구조와 디자인에 관심이 있고, 누군가는 벽돌이냐 황토흙이냐 자재가 궁금하고, 누군가는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중요하고, 누군가는 건물 안에 누가 입주해 사는지 먼저 물어볼 거에요. 문장 보다는 그 너머의 사람과 태도, 마음이 중요하시다는 말씀도 오래 머금고 싶습니다. 어떤 집을 짓든 그곳에서 루시드폴님만의 고유한 온기와 정서가 깃들어 살 거 같아요. ’소리‘가 음악으로 흐르고, 귤 향기도 감돌고 있겠죠^^ 그러니, 부디 글을 계속 써주세요!
@wowopopo 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빼먹었군요. 반려견 보현, 아내와 같이 (애견동반이 되는) 카페에서, 멋진 커피를 마실 때 입니다.^^ 제 취향의 커피 - 산미가 조금 있고, 과일향이 풍성한 커피 - 를 마실 때 정말 행복합니다.
12월 14일 선정된 질문자는 @v38317v 님입니다.
포인트 5000원은 12월 20일 지급됩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un00 님 안녕하세요! 섬세하게 살펴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 종이는 저희 편집자님께서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ㅠ 골라주신 종이들입니다. 색깔, 질감, 원료 모든 것을요. (그래서 단가가 엄청 올라갔고 제작 기간도 오래 걸리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ㅠ) eun00님처럼 이렇게 세심하게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편집자님들이 너무 기뻐서 붕붕 날아다니실 거에요. ^^ 책은.... 책은.... ㅠㅠ 네... 일단 이번 책을 낳은 산고가 아직 가시지 않은 터라... 나중에 또 얘기하.. (쿨럭)
@wowopopo 님 안녕하세요! 어서 제 책이 빨리 님께 닿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음악은 이번 제 앨범에 실린 한 시간 짜리 곡 ㅎㅎ <Transcendence>입니다. 틀어놓고 있으면 미스트를 뿌리는 것 같아서 좋아요. 잘 만들었구나, (그 어려운 걸 ) 내가 해냈네, 그런 칭찬도 스스로에게 해주면서요. 이런 시즌이 없으면 음악하는 사람은 계속 이일을 해나갈 수 없거든요.
제 노래 말고는, Svaneborg Kardyb 음악 자주 듣게 되고요. Kate Walsh 노래도 이상하게 자주 듣게 되고... 얼마 전에는 Lori Cullen & Drew Jurecka의 Anymore or anyless를 듣고 감탄을 했습니다. 이 곡은, 굳이 말하면 포크 계열 곡인데요. 많은 분들은 포크를 매우 듣기 편한 장르라고 생각하시지만 저는 포크야 말로 가장 듣기 싫은 (힘든) 장르의 음악이 되기 쉬운 - 그러므로 매우 '위험한' 장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클리쉐를 따라가는 경우가 너무 많고 그래서 지루하거나 새로움이 결여되기 쉬운 장르이기 때문이고요. '아, 못 듣겠어' 하는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고 저는 보거든요. anymore or anyless를 들으면서, 그래! 이래야지! 하고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황다은 님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사실 '글쓰기'에 대해 뚜렷한 관을 정리해본 적이 (부끄럽지만) 없습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느낀 것은, 예상은 했지만 소리/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건 정말 어렵고 불가하고 고통스런 일이구나 (내가 왜 이런 책을 쓰겠다고 했을까.. ㅠ하는 후회와 더불어)가 지배적이었고요. 그러면서 점점 더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구나, 를 느꼈습니다. 후자의 원인은 두 가지 인데요. 하나는, 글은 음악과 달리 쓸수록 내가 '소진'되는 일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고요. 또 하나는, 글 혹은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흔히들 글에서 받는 감동 - 어떻게 이런 표현을! 혹은 이 문장 너무 아름답다! - 을 저는 거의 받지 못하는 편이에요. 글 자체, 보다 글 '너머'의 것 - 사람 혹은 태도 혹은 '마음'에 더 관심이 많고 또 그것에서 감동을 받는 편이라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아, 이 길은 내 길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지요. 답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ㅠ
@midory 님 안녕하세요! 질문 감사합니다. 네. 저도 그런 기분에 빠질 때가 - 특히 요즘 더더욱 많습니다. 주변에 일어나는 말도 안 되는 사회적 일들, 갈수록 이상해지는 기후... 가끔은 헤어나오기 어려울만큼 기운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서 저는 작년 부터 다시 잊고 있던 외국어를 하나씩 다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 배워온 여러 언어를 살아있는 동안^^ 다시 깨워내고 싶더라고요. 외국어 배우기를 멈춘지가 벌써 십년이 훨씬 넘는데요. 요즘에는 다행히 그 때에 비해서 언어를 배우기 좋은 플랫폼도 많아지고 해서, 하나하나 다시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다른 말과 글을 배운다는 것. 그건 참 멋진 일이면서도 이 세상의 온갖 부조리를 잠시나마 잊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더라고요.
제가 오늘 서울에 왔는데요. 무슨 정신인지 맥북
전원을 두고 와서ㅠㅠ 폰으로 답을 드리는데 너무 힘드네요. 내일 어떻게든 전원을 구해서 나머지 분들 답장 마저 드리겠습니다. 모두 평안한 밤 시간 보내시고요! 😊
@JoR 님 안녕하세요!
A. 앨범 작업을 하던 도중 - 아마 믹싱 전이었을 거에요 - 문득 새벽 산책을 하다가, 무용! 하고 혼자 외친 적이 있습니다. 저는 무용의 무자도 모르는 이른바 무.알.못.인데요. ㅠ 그날 갑자기 왜 제가 무용이 떠올랐으며, 무용가와 함께 콜라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여러 무용수들을 서치하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추천도 받아보았는데, 손승리님의 아주 짧은 연습 영상을 보고, 이 사람이다,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의아할만큼 순간적인 판단이었는데요. 저의 '촉'이 어긋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우쭐하기도 합니다.^^ 정말 대.단.한. 무용가이세요. 무언가를 표현하거나 전하려 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제가 어떻게 이 음악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승리님께 오롯이 전했고, 그것이 승리님의 내면에서 일으킨 무언가가 몸짓으로 드러났을테고, 그 몸짓이 저는 눈물나게 아름다웠고, 제 음악과 마치 연인처럼 어울렸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A. 또 제 책 얘기를 안 할 수 없겠습니다만 (후훗) 제가 참 좋아하는 구절 중에 '대자대비 동체대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로 불교에서 많이 하는 얘기이지요. '큰 사랑은 큰 슬픔에 있고 큰 슬픔에서 우리는 하나가 된다'는 뜻인데요. 제가 생각하는 연민은, 그렇게 하나가 되려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연대란, 연민을 가리키는 마음의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백희원 님 안녕하세요! 네. 참 자주 듣는 그러나 답하기가 너무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물론 제가 비음악인이라도 그게 정말 궁금할 것 같아요!) 가사와 곡은 순서를 두고 쓰기가 (저는) 어렵습니다. 저는 작곡이 노래의 몸을 만드는 일이라면 작사는 노래의 마음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철학자 중 스피노자는 몸과 마음은 둘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 - 신성의 드러남 - 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짓는 과정은 작곡과 작사가 따로 떨어져 일어나기가 참 어려워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그러나 결국은 하나인, 그러나 둘인... 참 묘한 일입니다. 노래를 만드는 일이라는 게요.^^ 그리고 이번 책 <모두가 듣는다>에 그에 대한 얘기를 조금 적어두었는데 의문을 푸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책 광고 아님 ㅎㅎ)
부산이라... 제 고향이면서도 공연장에서나 사인회에서 부산 팬들을 뵌지가 너무 오래되었네요. 희망이 있다면, 이번 책이 나오고 나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건데요. 부산에서도 많은 분들을 뵐 수 있게 되기를 한 번 소망해 봅니다.
@midory 그리고 제 음악을 듣고 그런 경험을 하셨다는, 말씀을 저와 나눠주셔서,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쁘고 또 더없이 감사합니다. 어쩌면 음악인으로서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이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한 번 더 감사드려요!
폴님 안녕하세요:) 얇지만 길게 오래오래 좋아해 온 독자이자 팬입니다.
얼마전에 재형님 유튜브에 출연하신거 보고 즐겁게 잘 보고 왔습니다ㅎㅎ
폴님께서는 오래도록 안테나와 함께하시고 동료들과 함께하고 계신데요
그 동료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 의미들이 어떨지, 재형님 주최 연말모임 어떠셨는지 후기가 궁금합니다 :)
안녕하세요. 작년에 목소리와 기타 공연하실 때 소리를 모으고 있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기억이 가물가물 ^^;;), 올해도 새로운 형식의 공연과 <모두가 듣는다>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음악을 만들고(일기도 쓰시고 글도 쓰시고) 귤 농사를 짓는 폴님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때론 음악도 귤농사도 힘들어서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많으실 텐데요… 아, 그리고 부다페스트의 공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역시 많이 바라면 이루어지는 건가요?) 계속 폴님의 앨범과 책 기다릴게요(부담드리는 건 아니고요, 폴님이 괜찮고 가능하실 때요. 기다리는 음악팬이자 독자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
루시드폴님의 글과 답변글들을 읽고 어제 잠들기전에 Being-with를 들었습니다. 비오는 밤, 제주 바다 깊은 곳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편안한 밤이었습니다. 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루시드폴 글쓰기에 대한 세심하고 상세한 답 감사해요! 후회와 자책없이 자신이 쓴 글에 만족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저 또한 제가 작가가 맞을까 늘 의심하면서 글을 씁니다.^^;; 그래도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는 건 저를 통과해서 나오는 글은 어디에도 없을테니 글이 저를 통과해서 세상으로 온전히 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두고 쓸고 닦아야겠다, 그 마음으로 갑니다. 루시드폴님의 글 또한 루시드폴님의 삶을 통과해서 나온 유일무이한 글이니 계속해서 써주세요^^ 책이 하나의 건물이라면, 누군가는 구조와 디자인에 관심이 있고, 누군가는 벽돌이냐 황토흙이냐 자재가 궁금하고, 누군가는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중요하고, 누군가는 건물 안에 누가 입주해 사는지 먼저 물어볼 거에요. 문장 보다는 그 너머의 사람과 태도, 마음이 중요하시다는 말씀도 오래 머금고 싶습니다. 어떤 집을 짓든 그곳에서 루시드폴님만의 고유한 온기와 정서가 깃들어 살 거 같아요. ’소리‘가 음악으로 흐르고, 귤 향기도 감돌고 있겠죠^^ 그러니, 부디 글을 계속 써주세요!
@wowopopo 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빼먹었군요. 반려견 보현, 아내와 같이 (애견동반이 되는) 카페에서, 멋진 커피를 마실 때 입니다.^^ 제 취향의 커피 - 산미가 조금 있고, 과일향이 풍성한 커피 - 를 마실 때 정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