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일상파괴술①|들어가며: 익숙한 앎들, 경계들

아젠다2.0
아젠다2.0 · 우리는 담론을 생산하고 모읍니다
2022/04/21

스마트폰을 켜고 뉴스를 보다가 보면 깊은 한숨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 최근엔 ‘전장연(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 연대)’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며 자주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기사가 전하는 내용의 부족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밑으로 달리는 댓글들 때문이기도 하다.

“출퇴근길 직장인 볼모”, “원시적 불법 시위”, “비문명”…….

세상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 되도록 아침엔 뉴스를 켜지 않는 편이다.
▲ ‘이준석 VS 전장연 박경석 장애인 이동권 토론’ 유튜브 댓글 창 갈무리 © JTBC News 공식 유튜브 채널
‘세상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걸까?’라는 나의 질문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또 많은 맥락을 생략하고 있다. 누군가는 내 이런 질문을 읽자마자 내가 아침에 뉴스를 켜지 않는 이유에 공감할 것이고, 누군가는 ‘왜?’라고 묻게 될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정반대의 이유로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 그 자체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각자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판단한다. 그러한 판단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고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그러한 ‘앎’은 한편으로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벽이 된다. 그러나 이 벽은 동시에 우리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차단하는 경계가 되기도 한다.



***

친구들 몇과 한 친구의 할머니가 계신 시골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즐거운 기억인데, 식사 시간만 되면 함께 놀러 간 친구들 중 한 명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문제는 김치였다. 할머니의 손주인 친구에게, 혹은 다른 집 김치 맛에 인류학적(?) 흥미를 느끼는 나에게 그 맛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다른 한 친구에게는 그것을 먹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집 김치가 ‘역하다’는 이유였다. 김치가 무슨 대수라고, 안 먹으면 그만일 수 있겠으나 가족 고유의 음식을 거절하는 일은 때로 그 가족을 거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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