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왜 저럴까 - “교육도 서비스”라는 생각의 역사

천관율
천관율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3/01/15
윤석열 대통령은 요즘 정부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받으며 연일 흥미로운 발언을 쏟아낸다. “교육도 서비스”라는 말은 1월 5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나왔다. “교육을 서비스라고 생각해보자. 국가가 관장한다고 독점사업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경쟁시장 구도가 돼야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왔을까. 윤 대통령이 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자녀가 없으니 “내가 애 키워봐서 아는데”도 아니다. 이건 교육 정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선택할 자유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신념이다. 이 믿음의 복음서는 자유지상주의 경제학의 언어로 쓰여 있고, 수호성인은 20세기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다. 대통령은 좀 투명할 정도로 프리드먼식으로 생각하고 말한다. 
   
프리드먼은 자유경쟁이 옳다는 원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사상가다. 그는 경쟁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의사 면허조차 반대했다. ‘면허’보다 낮은 단계인 ‘인증’이면 충분하며, 의과 대학 입학 정원을 통제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흥미롭게도 윤 대통령은 의료 먼허 문제로는 특유의 ‘프리드먼 복음’을 설파하지 않는다).
   
교육에 대해서도 프리드먼의 주장은 일관된다. 책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그는 이렇게 쓴다. “정부는 아동 일인당 교육 서비스에 사용할 바우처(교환권)를 부모에게 줄 수 있다. 그걸로 부모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교육기관의 교육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의 공통 교과 등 최저기준에 그쳐야 한다.” 정부가 교육에 돈을 쓰더라도 학교에 예산을 직접 주지 말고, 학부모에게 교환권을 주라는 얘기다. 바우처라는 무기가 경쟁이라는 복음을 작동시킨다.
   
대통령의 아이디어는 간결하고 우아해 보이지만 문제가 있다. 교육기관의 프리드먼식 경쟁은, 프리드먼 복음에서 상상도 못할 결론이지만, 교육 그 자체를 나쁘게 만든다. 왜 그런가? 앨버트 허시먼은 개발경제학자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사상가다. 그는 <이탈, 항의, 충성>이라는 얇은 고전에서 프리드먼 세계관의 본질을 공격했다. 
천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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