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알프스를 넘다 (III) - 어디로 넘었는가? (4)

이영록
이영록 · Dilettante in life
2023/01/12
  앞 세 편(1편, 2편, 3편)에 이어집니다. 원전은  한니발, 알프스를 넘다 (I) - 폴리비오스(Polybios)의 '역사(Historia)'한니발, 알프스를 넘다 (II) - 리비우스(Livius)의 '로마사(Ab urbe condita)'가 참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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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구글 지도가 - 저는 구글 어스를 쓰진 않으나 쓰면 더 좋겠죠 - 좋다 해도, 본질적으로는 '안락의자 역사가(armchair historian)'이상은 될 수 없죠. 결국 현장 조사가 필요합니다. 체력이 즈질(!)인 저는 할 수 없으니 선배 역사가들의 시도를 봅시다.

  이걸 제일 철저히 한 사람 중 하나가 존 호이트(John Hoyte)입니다. 그는 원전의 서술 중 현장에서 확인 가능한 것들을 철저히 정리했습니다(link).  아래 조건 중 A~D, I는 제가 이미 언급했지요.

(A) 3만 명과 5천 이상의 기병이 숙영할 만한 평지가 (프랑스 쪽) 정상 부근에 있어야 함
(B) 포 강 유역이 보여야 함
(C)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어려워야 함
(D) 지난 겨울에 쌓인 눈이 다음 겨울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추워야 함
(E) 내리막의 어려운 지역을 빠져나가자마자 말들을 먹일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함
아래쪽은 계곡과 일부 양지바른 언덕, 숲 옆을 흐르는 개울, 그리고 인간의 거주지에 더 가치 있는 풍경을 포함한다. 거기에서 수송 동물들은 목초지로 보내졌고, 통로를 만드는 데 지친 사람들에게 사흘 동안 휴식을 주었다. (리비우스 37절)

(F) 여기서 3일 더 행군하면 평원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함
방금 설명한 절벽에서 3일간의 행군으로 평지에 도달했다. (폴리비우스 56절)

(G) 투리니(Turini) 족의 땅으로 곧바로 내려가야 함
(H) '헐벗은 바위' 지역에서 매복에 대처한 후 하루 행군이면 고개 정상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함
한니발이 기병과 수송대의 전진을 엄호하기 원했음에도, 노출된 바위로 방어막을 삼고 병사들이 밤새 노력한 결과 간신히 구출해 낸 기병과 수송대로부터 떨어져 있었다. 다음 날, 적들이 떠난 후, 그는 기병대와 수송 동물들과 합류하여 고개 정상으로 갔다. (폴리비우스 53절)

(I) 'Skaras' 강이 론 강을 만나는 '섬'에서 직접 도달할 수 있어야 하며, 바다에서 7일 행군하면 '섬'이 나와야 함. 바다에서 3일이 도하점, 거기서 4일이면 '섬'임. [Skaras는 폴리비우스가 쓴 단어고 저는 이세르 강으로 옮겼는데, 앞 포스팅들에서 말했듯이 드롬 강이라면 150km 행군 후 알프스로 들어간다는 데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이트는 주요 후보 고갯길을 다 직접 탐사하고, 위 A~I 항목을 만족할 가능성을 0~5점으로 매겼습니다. 항목이 9개니, 만점은 45점입니다.
https://ancientimes.blogspot.com/2016/04/hannibals-route-over-alps-or-just-horse.html 의 표를 재구성
  평가는 제가 앞 포스팅에서 구글 지도를 보면서 설명했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클라피에가 만점 45점 중 42점을 받아 1위입니다.

  • A; 전 군대가 숙영할 만한 평지가 충분히 넓은 곳은 클라피에, 몽즈네브르가 대표적이고 트라베르제트는 전혀 없습니다.
  • B; 포 강 유역이 보이는 고개는 클라피에와 트라베르제트 뿐입니다.
  • C;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어려운 곳은 클라피에와 트라베르제트가 대표적인데, 몽 스니의 두 고개는 클라피에보다는 내리막이 좀 쉽다고 평가되었지요.
  • D; 작년의 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정확히 고도에 비례합니다. 트라베르제트가 가장 많고 다음이 클라피에입니다.
  • E, F, G; 클라피에와 몽 스니 고개들은 거의 같은 수사 쪽으로 면하고 내리막 길이도 큰 차가 없습니다. 따라서 점수도 비슷하죠. 반면 트라베르제트는 상대적으로 내리막이 길고, 계곡을 빠져나와도 토리노 한참 남쪽으로 나옵니다.
  • H; 정상에서 하루 거리의 '노출된 바위'는  클라피에와 몽 스니 고개들이 어쨌건 트라베르제트보단 점수를 잘 받았습니다.
  • I; '150km 행군으로 등산 개시'에는, 드롬 강 경로인 몽즈네브르 아래의 다섯 후보는 점수를 못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표를 만든 존 호이트는 약간 다른 '엄청난' 일도 했는데 ....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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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夫란 nick을 오래 써 온 듣보잡입니다. 직업은 공돌이지만, 인터넷에 적는 글은 직업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러기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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