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를 들어라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3/05/18
아침에 비가 온 뒤로 온종일 흐린 하늘을 이고 있었습니다. 목요일을 느슨하게 풀려진 십자못 접시머리나사처럼 헐거워져서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났죠. 가만히 안경알을 닦아내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일과를 무의식적으로 반복했어요
   
나는 다 풀리지 않은 채 사무실에서 나와 다른 나사못들과 함께 거리를 걷고 건널목 앞에서 무뎌진 십자 모양을 손으로 문지르며 집으로 도착했죠. 쌓아둔 시집을 뒤적거리다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다는 건 내가 바랄 일이 아니므로 게다가 갑작스럽게 양배추를 가늘게 채설어 마요네즈와 케찹을 조금 넣고 후추를 톡톡 뿌린 샐러드가 먹고 싶어졌어요.
   
일년에 두 세번 그렇게 먹고 싶은 것이 있죠 마치 입덧을 하듯이 오로지 그 식감과 그 맛 그리고 후추향까지. 그것이 아니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걸 아는 나는 마트에 가서 제일 작은 정말 너무 작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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