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고 싶다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10/02

어깨까지 와닿은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질끈 묶었다. 고무줄 때문인지 힘없는 머리카락 때문인지 두피가 아파왔다. 많지도 않은 머리숱이 더 적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거울 속 나는 후줄근해 보였다. 

즉흥적으로 미용실 예약을 했다. 머리를 귀 아래 2센티 정도의 길이로 싹둑 잘랐다. 그까짓 머리카락이 무겁긴 얼마나 무거웠을까. 기분 탓인지 짧아진 머리가 한결 가볍다. 차가운 공기가 훤히 드러난 목덜미를 스친다. 소름이 끼쳤다. 


돌보지 않은 마당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벚나무의 잎 중에 붉게 물든 것들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화단을 모두 덮어버린 페퍼민트가 바람에 흔들렸다. 너저분한 모양새를 보고 조만간 다 베어버려야지 다짐했다. 그런 나를 말리듯 바람을 따라 기분 좋은 민트 향이 코끝에 스친다. 몇 줄기를 잘라다 현관에 걸어두었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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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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