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기억한다.

수지
수지 · 글사랑이
2024/06/26
내가 수십 번씩 드나드는 부엌에는 내가 장만한 냉장고와 아버님이 쓰시던 냉장고 두 대가 있다. 난 한 번 산 전자제품은 15년 이상은 쓴다. 세탁기가 그렇고 김치 냉장고가 그렇다. 아, 김치 냉장고까지 하면 냉장고라고 이름 붙은 것은 세 대가 된다. 하여간 나에게 온 전자제품은 거의 무병장수한다. 
난 아침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한 후 일단 쌀을 씻고 아버님이 쓰다 가져온 쿠*(이놈은 잔고장이 많아 몇 번을 고쳤다)에 밥을 안친다. 그리고 어제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며 엎어놓은 그릇들(꽤 많다)을 정리한 후 냉장고에서 미리 생각해 놓은 반찬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꺼낸다 (난, 모든 양념들을 냉장고에 넣어놓는다). 그리고 식탁에 좌악 늘어놓고 필요한 것을 쏙쏙 가져오며 요리 한다. 자주 여닫으면 전기가 아무래도 더 나가지 싶어서 한 번 열 때 필요한 것들을 다 빼놓는다. 나와 달리 남편은 일단 냉장고를 열어놓고 생각한다. 생각한 후 냉장고 문을 열면 훨씬 괜찮을 것 같은데 그 버릇은 고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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