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로 사는 일/신원석 시가 좋아서, 어떻게 하면 시를 놓지 않고 살아갈까 고민하다 선택한 이 직업 앞에,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누군가의 미래를 외면할 수 없는 이 직업 앞에, 무릎을 끓고 머리를 조아리고 속죄하고 또 속죄해도 지울 수 없는 이 죄의식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나에게서 잠깐이나마 시를 지우는 일. 이놈의 시 따위 확, 개한테나 줘 버리는 것, 그냥 죽어라 수업 준비하고, 그냥 죽어라 강의하고, 그냥 죽어라 교재 만들고, 그냥 죽어라 복습 교재 만들다가, 그냥 죽어라고 늙어가는 것. 그리고 한두 달 사이에 확 늙어서, 개나 줘 버렸던 시를 다시 주워 오는 것.그것이 내가 학원강사로 사는 법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납니다. 일산에 있는 모 책방을 찾아갔는데 그 책방 앞에 <힘껏 면발을 흡입하던 너의 입술이 그리울 때>라는 간판의 작은 사무실이 있지 않겠어요. 멀리서 간판만 보았을 때는 국수집인가? 하며 생각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