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타인의 약점에 관해 잘 모른다면, 대개 그와 그만큼 가깝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것이 상대의 친절과 배려, 균형잡인 매너와 현명함 밖에 없다면, 그는 내게 그 이상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그저 그 정도 선에서 관계 맺기를 원하는, 적당한 거리를 제안한 것이다. 그와 나는 충분히 가깝지 않은 것이다.
달리 말하면, 누군가에게 일종의 불편함들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의 약점을 알아가고, 동시에 서로의 선을 고민하는 일들이 생긴다는 건, 그와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런데 관계라는 건 그렇게 가까워질 때야 말로 가장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끊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지점부터 이제 서로의 보다 가감없는 모습들을 서로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관계에도 아마 비교적 쉬운 관계와 어려운 관계가 있을 것이다. 비교적 쉬운 관계는 내가 정해둔 선 이상으로 상대가 들어오지 않고, 상대가 그은 선 안쪽으로 나도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