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활자중독자
구정인 만화 <비밀을 말할 시간> : “네 잘못이 아니야!“
<마음은 파란데 체온은 정상입니다> : 사예의 우울증 일지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 씨> : 복희 씨와 헤어질 때 절대 울지 말아야지 by 김비, 박조건형
<제주 사는 우리 엄마 복희 씨> : 복희 씨와 헤어질 때 절대 울지 말아야지 by 김비, 박조건형
섬은 육지보다 느리게 흘러간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육지와 달리, 섬은 수많은 변수를 품고 있다. 투명한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다가도 갑자기 변덕을 부려 거친 풍랑 속으로 내몬다. 천혜의 바다로 이뤄진 섬 '제주도' 역시 그렇다. 면적만 따져보면 서울의 세 배에 달하는 크기이지만, 시간은 세 배 더디게 흐른다. 로켓 배송, 총알 배송에 익숙한 도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불편한 것들 투성이다. 역설적이게도 섬의 불편함은 도시의 편리함에서 찾을 수 없었던 '고유의 속도'를 허락해 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움직임처럼, 일정한 텀으로 하얀 포말을 그리며 갈마드는 파도처럼, 매 순간 유연하게 새로운 삶과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끈다.
11년 전, 엄마를 버리고 섬에서 도망쳐 나온 둘째 딸이 남편과 함께 제주를 찾았다. 한 달 보다 길고 석 달 보다 짧은 두 달 살기를 목표로 짐을 꾸린 부부는 배를 타고 제주 동쪽 마을 구좌읍에 당도한다. '우리 엄마'임에도 왠지...
전미화 그림책 <다음 달에는> : 주거 난민들의 삶
에세이 쓰기(1) : “우리는 왜 그토록 아픈 계절을 지난 후에야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에세이 쓰기(1) : “우리는 왜 그토록 아픈 계절을 지난 후에야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만 11세~13세, 인간이 ‘형식적 조작기’에 이르면 두 얼굴을 갖는 일에 능숙해진다. 나라고 다를까. 빈한한 자존감을 자의식과잉으로 덮으려 했고, 인정 욕구를 채우기 위해 10%의 나를 100%로 확장했던 때가 있었다. 매일 주어진 하루를 꽉꽉 채우며, 홀로 고통과 시름하던 어린 날, 나는 "항상 웃고 있어서 보기 좋다.", "밝고 재미있다."라는 말속에 은신처를 마련하곤 했다. 지나고 보니 얼룩덜룩한 상처뿐인데, 그 시절엔 알록달록한 일상이라고 자기 암시를 걸었다. 이제 최면에서 깨어나 아픔의 바다에 잠겨 익사할 뻔한 오랜 이야기 한 편을 꺼내볼까 한다. 나의 수치와 비겁, 눈물이 범벅 진 순간들을.
E의 본색 : 친절한 미소, 음침한 속내
새 학기, 새 아침이 밝았다. 초등학교생활의 마지막 1년이라는 설렘과 기대감은 ‘E’를 만나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학기 초에는 보통 가나다라 순으로 자리가 배정된다. 나는 E와 가까운 자음의 성 씨라는 이유로 옆자리에 앉게 되...
<여섯 개의 폭력> :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김금숙 <개> : 인간보다 더 인간을 신뢰한 개의 이야기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 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 by 김효경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 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 by 김효경
2년에 한 번,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올 때마다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이번엔 또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운 좋게 전셋값이 떨어지면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서울의 투자자들이 돈 냄새를 맡고 부산의 작은 동네까지 눈독 들이면 사정은 달라졌다. 갑자기 치솟은 집값 폭등에 절망할 틈도 없이 새로운 터전을 물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전세 폭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 몇 군데를 찾는다. 최소한의 방범만 갖춰진 곳이면 나머지 생활 조건은 포기하고 곧장 부동산에 방문한다. 공인중개사가 집을 보여주면 그중에서 가장 깨끗한 집을 고른 후, 서류상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이게 과연 선택인지, 자본에 등 떠밀려 유배당하는 건지 모르는 채로.
시곗바늘이 째깍거리며 내일을 향해 달려갈수록, 우리 모녀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제발, 시간아 더디게 흘러가 다오. 그때마다 나는 감히 내 집 마련 같은 거창한 꿈은 꾸지도 않있다. 그저 한 달에 15만 원 사...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이야기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이야기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머리를 묶으라면 묶었고, 자르라면 잘랐다. 잔병치레가 잦아 종종 결석은 했어도, 지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숙제는 꼬박꼬박 해갔고, 조별 과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종례 전, 청소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쓸고, 닦고, 문질렀다. 아이들은 가끔씩 그런 나를 보고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면서, 장난삼아 놀려댔다.
학교는 꿈을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꿈을 강요했다.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1년에 한 번씩 직업들을 바꿔가며 장래희망 기재란에 입력했다. 시간에 휩쓸려 살다 보니 어느덧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전문계 고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 중 어느 곳에 진학할지 결정해야 했다. 고민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자꾸 머리가 지끈거렸다. 학교 밖에서 길을 찾고 싶다는 불순한 욕망의 불씨가 지펴진 건 그때부터였다. 나는 학교 따위 엿이나 먹으라며 소리치고 싶었다....
<저는 왼손잡이도 AB형도 아니지만> : 여성과 남성, 그 경계에 선 사람들을 위하여 by 카라타치 하지메
<저는 왼손잡이도 AB형도 아니지만> : 여성과 남성, 그 경계에 선 사람들을 위하여 by 카라타치 하지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