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이모의 육아일기_숨을 쉬다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4/10/06
손 끝의 떨림이 전해진 것일까, 혹은 손 끝까지 이어졌던 것일까. 익숙한 불안 증세가 온 몸을 웅크리게 만든다. 가슴 속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이 감정은 쉽게 흘려 보내지도, 그렇다고 억누르기도 쉽지 않다. 모자 하나만 눌러쓰고 밖으로 나서 걸어다니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인데, 그 선택지마저 미뤄두게 만드는 무기력함까지 겹쳤다. 눈물이 배어 나올 것만 같은데, 터트리지도 못하는 날. '까닭 없이' 간간히 찾아오던 불안이 요즘은 몇 몇 단어들을 기폭제 삼아 자주 터져 버린다. 좋은 일이잖아- 그래, 나쁜 일들이 아니잖아. 왜 그러는 거야. 고작 단어 하나일 뿐인데, 옛 기억들을 끊임없이 불러 일으키는 탓에 답답함이 더해진다.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나 자신에 대한 미움마저 불안 위로 덧씌워진다.

겹경사다. 언니와 여동생의 임신 소식이다. 내년 1월과 4월, 나는 두 조카를 맞이한다. 언니의 임신 소식에 엄마는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내비쳤다. 언니가 아픈 손가락이라던 엄마는 눈물 어린 목소리로 잔뜩 들떠 있었다. 여동생의 둘째 소식까지 이어지니, 엄마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엄마와 언니, 두 단어가 더해졌을 때에만 눌리던 트라우마 버튼이 어느새 한 단어만으로도 눌리게 되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에서는 부모님과 언니의 다정한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 작은 부딪힘이 높아진 언성으로 이어지다 때로는 격해진 단어들까지, 그리고 자식들은 다 똑같다며 숨죽이고 있던 나에게도 돌아오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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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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