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변한 게 없네.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4/02/07
까만 화면에 하얀 동그라미가 끊임없이 돌아간다. 전원 버튼을 꾸욱 눌렀다 다시 시도해 봐도 부팅 화면에서 넘어가질 않는다. 핸드폰을 수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노트북까지 말썽을 부린다. 결국 며칠간 노트북 화면을 닫은 채 다시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전에 과외를 했던 학생의 어머님 전화였다. 과제를 해야 하는데, 도통 감을 잡지 못하는 중이라 도움을 요청한다는 연락이었다. 문제는 나도 생소한 주제라서, 주위에 연결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주기로 하였는데 어느샌가 내가 학생과 함께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다. 그나마 며칠간 푹 쉬어둔 노트북이 제 기능을 해 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학생과 같이 머리를 맞대었지만, 애초에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어쩐지 결과물들이 애매하더라니. 열심히 자료를 찾으며 노력하던 학생도 허탈함을 토로한다.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다.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자고 학생을 다독였지만, 나 역시도 훌훌 털어버리기가 쉽지 않다.

"열심히는 했는데, 엉뚱한 결과물이 되어버리니까. 짜증나, 왠지 우울해."

"그 마음 나도 알지. 그래도 방향 좀 알았으니 이제 괜찮아질거야."


잠들기 전, 남자 친구와 통화를 하며 속상함을 이야기한다. 한참을 툴툴거리며 불평을 쏟아냈지만, 그래그래- 하며 다 받아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이 커진다. 그래도 그의 말처럼 방향을 알았으니 새로 시작하면서도 조금은 수월할 터다. 마음이 가벼워진 덕분인지, 오랜만에 일찍 잠에 들 수 있을 듯한 날이다.

통화를 끝내고, 선잠에 들었을 때 벨소리가 울린다. 새벽의 전화벨은 발신자에 상관없이 가슴을 쿵-하고 내려앉게 만든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선 새벽에 전화가 올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장되어있지 않은 번호다. 부모님에게서 걸려온 전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수신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야, 니 오랜만이네. 목소리는 그대로네."

"누구세요? 번호가 저장이 안 돼 있는데....."

"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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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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