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가출하고 싶어.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4/04/05
전기장판의 인위적인 온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조차 통증으로 다가온다. 깊은 곳의 근육들이 욱신대며 비명을 지를 때, 살갗에 닿는 이불의 감촉조차 괴롭다. 무언가를 토해내려는 듯 기침이 멎지 않는다. 며칠간 감기약을 먹었지만, 되려 심해진 감기는 휴식마저 방해한다.

씻을 기력조차 없이, 모자를 찾을 여유도 없이 후드를 푹 눌러쓰고 병원으로 향했다.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열린 문가쪽에 자리를 잡고,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린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건만, 수차례 올라오는 기침에 목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이거 안 좋은데."

청진기를 갖다대며 몇 번이나 숨쉬기를 요구하던 의사 선생님이 여러차례 중얼거린다.

"기관지염인데, 폐렴 직전이네. 몸살기도 있죠?"

폐렴 직전이라지만 초기 폐렴이나 다름없단다. 조금 더 늦었으면 입원치료로 바뀔 뻔했다. 4일 뒤에 반드시 다시 진료를 받으러 와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와 함께, 밥은 굶어도 약은 절대 빼 먹으면 안 돼요- 병원문을 나서려는 순간에도 간호사가 따라오며 신신당부를 건넨다.

잠들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른 채 대충 집에 있는 것들로 끼니를 때운 뒤, 약을 먹고 이불 위로 쓰러졌다. 오늘은 산책을 안 나가냐며 얼굴을 맹렬히 핥아대는 강아지를 조심스레 끌어안으며 몇 번 더 기침을 토해낸다. 강아지를 안은 채 울며 병원으로 달려갔던 것이 없었던 일인마냥, 살랑거리는 꼬리의 리듬이 작은 안정을 건네준다.

이미 지나간, 한낮의 일요일은 파랗게 물든 하늘 아래 찬 기운을 품고 있었다. 강아지를 품에 안은 채, 동물 병원 앞에 쪼그려 앉아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었다. 붕대를 동여맨 발목이 시큰거린다. 급히 달려오느라 인지하지 못했던 통증이 그제서야 올라온 탓이다.

병원이 쉬는 날이었다. 동물병원 원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감사히도 흔쾌히 병원 문을 열어 주시겠다는 말에 강아지를 안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 앞 계단에서 기다리는 그 시간은 언제나 숨이 막힌다. 앉은 자리에서 올라오는 냉기가 몸을 떨게 만드는 것인지, 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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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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