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그것과 싸우는 법을 알고 있다. 감정을 달래기 위해 가장 좋은 건 할 일을 하는 것이다. 불안하고 불길하거나 슬픈 마음이 엄습하더라도, 그럴수록 해야할 일을 찾아서 해나가다 보면, 또 다른 감정이 찾아온다. 그러면, 삶에는 대략 두 가지 흐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나는 요동치는 바다와 같은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과 무관하게 직선으로 나아가는 힘 같은 것이다. 요동치는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다. 적어도 나는 그 흐름을 '막는' 방법은 모른다. 슬픔이 오면 슬픔을, 불안이 오면 불안을, 압박감이 오면 압박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감정은 감정대로 놓아두고, 나는 삶의 다른 힘에 갈아타려는 의지를 찾는다.
그 잠깐의 의지를 발휘하여, 그 직선상의 흐름에 올라타면, 감정이 어떻든 나아갈 수 있다. 가령, 누구나 그럴지 모르지만, 내게도 꽤 주기적으로 견디기 힘든 우울감 같은 것이 찾아온다. 그럴 때, 나의 일을 하고 글을 쓰다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