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입니다.

적적(笛跡)
적적(笛跡) · 피리흔적
2024/09/01
   
   
   
   
현관 벨을 누르는 대신 고양이처럼 현관문을 몇 번 긁더니 가을이 배송 되었다는 문자만 남겼습니다.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아 그전에 지난 여름에 배송 되었던 계집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군요.
   
6월에 온 그 작고 버르장머리 없던 계집아이는 이 집에 오기 전 엄마가 해주었다는 아주 곱슬곱슬한 파마를 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조금 처져있는 아이는 손에 연두색 각이 져 있던 아이스바를 손에 쥐고 있었는데 집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녹아내리는 연둣빛 끈적한 방울들을 바닥에 뚝뚝 흘렸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머리를 감았고 머리카락이 너무 곱슬곱슬하다며 투덜거렸고 빗으로 젖은 머리를 빗기도 하였습니다. 자꾸 빗으면 더 곱슬거린다는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말이죠.
   
6월에 온 계집아이는 며칠 전 가지고 왔던 작은 가방을 싸며 안 돌아갈 수도 있다고 혼잣말을 하였습니다. 
올 땐 몰랐는데 작은 가방은 자꾸만 자라서 커 보였으며 아이는 왔을 때보다 더 검게 그을렸습니다.
   
우린 제법 친해져 계집아이의 검게 탄 어깨를 손톱 끝으로 살살 긁어내 간지럽다는 피부를 벗겨내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벗겨낸 피부를 손안에 가만히 모아주면 아이는 신기한 듯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오늘 온 사내아이는 열려진 현관문 안을 살짝 들여다보며 계집아이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계집아이를 번쩍 들어 가슴에 안아 올리자 슬프게 뛰고 있는 심장이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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