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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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산다는 것

군산을 아시나요? - 국가 종속적 도시의 산업과 정치 그리고 문화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1/28
군산시 전경. 출처 군산시청
1. 짬뽕과 단팥빵의 도시
   
우리나라 지형의 70%가 산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자명한 사실이 평소 잘 인지되지 않다가도 영동지방으로 여행을 가는 길에 만나는 수많은 터널을 지날 때 우리는 한반도의 산악 지형을 체험할 수 있다. 서울 한 복판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산을 감각하기 쉽지 않지만,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고성능 자동차를 타고도 힘겹게 넘어야 할 때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줄기로 뒤덮여 있는 한국의 산악 지형을 실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도시인이 산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감각처럼 항구 도시의 바다 역시 낭만적인 상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나 공연한 나들이였다고 탓할 필요는 없다. 오래된 항구 도시야말로 근대 도시의 기원과 발전 과정은 물론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구성된 도시의 건축이 어떻게 황량한 인공의 미래로 낡아가는 지를 보여줄테니 말이다.
   
현대적인 항구 도시의 바닷가에서 잔잔한 파도와 바람 소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부둣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거대한 기계들의 경관과 파열음이다. 낭만적인 분위기의 바다 풍경을 기대했다가 항구 도시를 방문했다면 이내 실망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과거 번성했던 항구 도시의 쇠락한 부둣가는 그 특유의 황폐함으로 뒤덮여 있으며 온갖 낙후된 부두시설에서 풍겨 나오는 산화된 쇠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번성한 항구도시의 부두에 나가보면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의 무역 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항구는 평범한 사람들도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거대한 기계들의 집합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드문 장소이다. 축구장 크기에 비유되는 컨테이너 화물선이나 20만 배럴이라는 쉽게 짐작하기조차 아득한 양의 기름을 나르는 유조선, 또 그러한 배를 접안하는 웅장한 시설들과 화물을 집어 올려 나르는 골리앗 크레인 등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항구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항구는 어선이 쉴 새 없이...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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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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