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니라 가치를 따릅니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5/11
  인복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 주변은 왜 이 모양인가, 나는 왜이리 인복이 없나,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며 살았다. 믿고 의지할 만한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런 친구들 맞은 편에는 꼭 시기 질투를 하거나 가슴을 찌르는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딱히 내가 피해를 주거나 잘못한 일이 없어도, 덮어놓고 미워하거나 오해하는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존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쯤. 관계 개선을 위해 부단히 애쓰거나 무시하는 척 하거나. 둘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었기에, 사람을 대하는 일은 늘 두렵고 버거웠다.

  애를 쓴 만큼 그런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쉬이 바뀌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 자체가 힘에 부쳤다. 주변에 사람은 많지만, 신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나의 사람을 만드는 일은 꼭 하고 싶지만, 결코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인 듯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만이 믿을 수 있는 내 편을 만드는 일이라 여겨졌다. 결혼만 한다고 낳기만 한다고 내 편이 되는 건 아니지만, 에일 듯한 칼바람이 부는 사회에서보다는 쉽게 내 사람을 구하는 일인 것만 같았다.

  섬으로 이주한 이유는 무척 복합적이었다. 일상적인 야근으로 찌들어가는 남편에게 쉼을 주고 싶은 마음, 물질만 중요시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었던 소망,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했던 희망, 부모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었던 속내까지. 여러 이유들이 겹치고 겹쳐 나는 섬으로 향했다. 섬에서도 사람을 만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섬이라 해서 상처를 주는 사람이 결코 적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좁은 사회라서 더 겉으로 드러났고, 새 삶에 대한 기대로 잔뜩 부풀어 올랐던 마음은 더 쉽게 쪼그라들었다.

  아이를 낳자마자 나는 집으로 숨어들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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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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