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이렇게도 살았습니다

똑순이
똑순이 · 익어가고 있는 중년 입니다.
2023/06/30
피사베이- 자유
오일장 날 가축을 파는 곳에 줄로 묶어있던 염소의 눈에서 나는 나를 보았다.

결혼하고 5년뒤에 발병한 남편의 피해 망상과 공황장애라는 정신과 병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집에서는 내가 하는일 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하루도 마음편히 조용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

 밖에 잠깐의 외출도 허락되지 않았다. 하나에서 열까지 의심을 한 남편이, 따져 물으니 두부를 사러 5m도 안되는 가게도 가기 힘들었다.
그때는 남편이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어서 더 그랬다.

나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남편에게 구속 당하면서 살았다. 
또 말도 안되는 말을 해서 나를 힘들게 했으며, 혼자서 가슴을 치게했다.두 딸이 없었다면 나는 삶을 이어갈수나 있었을까.

그때 나는 자유가 1도 없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퇴직한  회사에서 나온 퇴직금으로 아무 준비도 없이 염소 목장을 하게 되었고, 그 목장 일이  그렇게 힘든 일 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산에 말뚝을 박고 망을 사서 치고, 염소들 잠잘 막사(幕舍)를 만들고, 염소를 사서 들이고, 밭에 풀씨를 뿌리고, 아침마다 아픈 염소가 있는지 살펴야 하고, 염소를 몰고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 방목을 하고, 새끼를 낳으면 받아주고. 등등

점심 도시락을 싸서 베낭에 매고 산 중턱의 있는목장으로 아침에 올라가면, 할  일이 많아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
내가 목장에 있는 동안은 시어머니가 어린 두딸을 돌봐 주셨고 목장에서 내려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와야하고, 저녁도 준비해야 하고, 남편 눈치도 봐야하니 지옥이나 다름 없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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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병으로 조금 특별한 삶을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으며, 3명의 손주가 있는 할머니 입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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