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2] 죽는 날까지 쓰는 꿈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7/14
  가슴에 돌덩이를 얹고 있는 기분으로 몇 주를 보냈다. 시작은 아이러니하게도 희소식이었다. 연재하고 있는 내 글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출판사의 연락을 받은 것. 기다리고 기다리던 연락이었다. 책을 목표로 글을 쓰진 않았지만, 글을 계속 쓴다면 언젠가 책 한 권쯤은 내겠지, 하던 차였다. 게다가 연재하고 있는 건 내 미래를 위해 전자책으로라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글이었다.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얼떨떨하면서도 마냥 기뻤다. 밤낮없이 자리를 가리지 않고 쓰고 또 쓰며 문장 사이를 헤매던 날들이 스쳐갔다. 기쁜 것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책을 바라볼 때면, 이렇게 책이 넘치는 세상에 굳이 나까지 뭐 하러 글을 쓰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해 출간되는 책만 수만 권,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채 파쇄의 길로 가는 책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세상에 책을 낸다는 게 종이 낭비는 아닐까. 애꿎은 나무를 베어 나는 무얼 새기려는 걸까. 낭비가 되지 않으려면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하나. 내가 쓴 글이 늘어갈수록 서점이 반가운 게 아니라 오히려 두려워졌다.

  온라인 공간에서 글을 쓰면서도, 내가 늘 숙제처럼 지고 있는 건 감사에 대한 보답이다.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넘치는 읽을거리. 그 와중에 내 글을 선택해 읽어 내려간다면 분명 감사한 일이다. 그러니 나는 무언가 하나라도 독자의 손에 쥐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을 쓸 때마다 이 숙제를 등에 지고 있었다.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 쓰고 싶었다. 읽는 시간이 낭비가 아닌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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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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