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한 장 없이 나로 설 수 있는 방법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8/12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 제가 연재하고 있는 <생애 첫 글쓰기> 일곱 번째 입니다.
글 내용 중 얼룩소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 얼룩커들과 나누고자 이번 편만 이곳에도 게재합니다.


공개적인 글쓰기에서 필요한 건, 의연함

내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처음에는 먹고살기 위해서였다(오래 전 일 때문에 쓴 글들은 내 이야기가 담기지 않아 제외한다). 낯선 곳으로 이주해 와 작은 카페를 열었는데, 홍보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결국 택한 건 블로그였다.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글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카페를 완성해 가는 모습도 올리고, 섬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느낀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기도 했다.

블로그에 적을 수 없는 글이 생겼을 무렵 브런치를 시작했다. 블로그는 아무래도 장사를 위해 연 공간이다 보니 말을 걸러야 할 때가 많았다. 브런치에 쓴 첫 글이 소위 대박이 났다. 발칙한 제목 때문이었다. '내게 딸은 필요 없다'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운 좋게 포털에 걸리면서 수만 명의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수십 명의 사람이 댓글을 다는 일이 벌어졌다. 아들만 둘이다 보니 '딸이 있어야 한다', '아들은 필요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그런 참견이 못마땅해 적어 내려 간 글이었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불만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몇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관심은 감사했지만, 얼떨결에 받은 주목은 무서웠다. 온 세상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당시 나는 글 쓰는 삶을 살고는 싶었지만,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내게 글쓰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내 삶을 광화문 네거리에 걸어놓는 일이었다. 그래도 글을 쓰겠냐는 물음과 그럼에도 왜 써야 하느냐는 질문을 붙들고 긴긴밤을 보냈다. 결국 글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용기를 내어 브런치에 두 번째 글을 올렸다.

이번에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읽는 사람 수는 많아야 열 명쯤. 세 번째 네 번째 글을 썼지만 읽는 사람의 숫자는 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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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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