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생존

정병진
정병진 인증된 계정 · 수석 매니저
2022/07/06
11년 전, 텔레비전 방송국에 처음으로 입사했습니다. 선배들을 통해 방송의 ABC를 배웠습니다. 후배로서 해야할 일과 선배로서 해야 할 일 비슷한 것들을 배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언론사 속 '기능인'으로만 살면 안 된다는 점도 알게 됐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 흔히 반쯤 푸념조로 '우린 말공장 노동자'란 표현을 쓰곤 합니다. 매일 생산되는 뉴스 소스를 가공해 시청자 앞에 내놓는 일련의 작업은 기실 컨베이어 시스템 마냥 정형화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정형화된 루틴은 효율성을 증대시킵니다. 

하지만 언론인을 루틴 안에 너무 가두면 구성원의 창의성이 죽습니다. 단순 기능인이 됩니다. 현실은 방송국 개편 시기엔 늘 상향식 아이디어 보단 하향식 교시가 주를 이룹니다. 직제를 개편할 때도 아이디어는 늘 하향식입니다. 승진이나 특종, 프로그램 대박 외엔 딱히 인센티브가 없는 언론 노동자 입장에선 슬슬 보도를 생산해온 기존 루틴 안에서 기능인으로 머물고 싶은 유혹이 싹트는 구조입니다. 딱히 목소리 내봐야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루틴에 권위주의까지 더해지면 '탈출은 지능순'인 직장이 됩니다. 제가 다닌 어느 말공장이 그랬습니다. 경영진으로부터 하향식 교시와 명령이 쉴 새 없이 하달됐습니다. 보도국장이 새파란 직원들 다 보는 사무실에서 부장급 직원을 모멸찬 상욕으로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취재를 무기 삼아 권력자의 사생활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공장 직원들은 다 알면서도 이러한 만행들을 쉬 거스르지 못했습니다.

밥줄이니까요.

사람이 밥줄 걱정하며 의로운 일을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역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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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유럽의 사람 사는 이야기로 우리를 톺아봅니다. 현) 스태티스타 HQ 수석 매니저 / 함부르크대 저널리즘 석사 과정 전) YTN 앵커 / 부산MBC 아나운서 / 매일경제TV 앵커 / BBC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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