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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심상정 후보님! 주택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2021.11.6. 뉴스 제목중에 ‘공공재’가 눈에 띄네요.

"집은 공공재" 이재명 생각, 대선 공약되나…부동산대개혁 의지 

보니까 이재명 후보께서 "'집은 공공재다', '땅은 국민 모두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확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셨네요.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님, 주택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제가 수업이나 특강 시간에 맨날 하는 말인데요, 토지나 주택은 공공재가 아닙니다. 공공재는 아닌데 시장에만 맡겨 놓을 수가 없으니까 레토릭으로나마 ‘공개념’정도로 접근하는 거고, 

집은 ‘가치재’라고요.

주택이 공공재라는 이야기는 심상정 후보님도 하셨더만요. 2020.7.9. '정의당-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정책 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요. "토지공개념 그리고 공공재로서의 주택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분 다 참 확고한 거 좋아하셔요.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11월 6일 동대문구 공유오피스&주택인 '장안생활'에서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땡! 두 분 다 틀렸어요. 확고하게 틀렸어요. 이번 대선을 계기로 공부좀 하고 갑시다. 이 표현 안 좋아하는데, "모르겠으면 외우세요". 

주택은 뭐다? 가치재(merit goods)다. 

정치인들은 ‘야마’가 나온다고 여기셔서 그러는지, 참 ‘공공재’라는 표현을 좋아하네요. 저는 계속 “왜 그런 표현 쓰시는 지 알겠지만 그러면 여러가지가 꼬인다, 그러시면 안된다, 개념어를 오용하면 이후 각론에서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들에겐 안 통하네요 ㅠ

(물론 학자들도 시장주의쪽 분들은 ‘가치재’라는 것에도 이견을 표하시는 분들도 있지만요)

자,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고 선한 의욕이 앞섰다고 이해해드릴 수 있습니다. 정치인으로 데뷔하신 지 몇년 째인데 아직도 그러시나 싶으니 좀 답답하긴 하지만요, 오히려 실수를 교정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게 정말 멋진 대선후보가 되는 길이지요. 그러니 이제 내일부터는 안 그러시깁니다?! 

주택은 뭐다? 가치재다!
..
공공재는 비배제성, 비경합성을 성질로 하지요. 누군가만 골라서 빼 놓을 수가 없고, 경쟁이 붙어도 내 몫이 줄어들지 않는 거라는 겁니다. 톨게이트 없는 널찍한 도로라던가, 국방, 가로등 같은 것이 공공재죠. 세금 안 냈다고 군대가 이미 나라를 지키는 데 거기서 체납자만 빼고 지킨다던가 할 수 없고, 가로등이 체납자만 빼고 길을 비출 수 없는 것. 그리고 이용 인구가 한 두명 늘어난다고 해서 도로나 국방과 가로등의 서비스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인구 밀도가 어느 한계를 넘으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합니다)

그래서 '무임승차자'를 막을 수 없고, 그래서 시장에 맡기면 제대로 공급이 안되니, 공공이 공급을 하는 게 낫다는 것이 공공재죠. 그래서 도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고요. 

주택을 공공재처럼 취급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 대개의 경제학 책에서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만 소개하지만 - 재화가 동질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재화의 비동질성. 무슨 말이냐면요, 

수도나 전기는 내가 쓰는 물이나 옆집이 쓰는 물이 다르지 않고, 국방도 내가 받는 보호나 옆 동네가 받는 보호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재화가 동질적인 건 대표적으로 주식이나 화폐도 그러합니다. 내가 가진 오만원짜리 지폐나 옆 사람이 가진 오만원짜리 지폐, 내가 가진 칠만전자 주식이나 옆사람이 가진 칠만전자 주식의 가치가 차이가 없지요. 물론 화폐에도 비동질성이 작동할 때가 있습니다. '신권'이 선호되는, 세뱃돈 용 화폐 같은 경우죠. 

공공재는 아니지만 쌀은 대략 동질적이어서 옆 급우가 먹는 급식이나 내가 먹는 급식의 품질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 공공재적으로 공급-배분하는게 가능하지요. 옆 친구에게 왜 더 많이 퍼줬냐고는 따질 수 있어도 다른 밥을 퍼줬다고 따지진 않잖아요. (물론 누룽지 부분은 비동질적이겠습니다마는..) 집은 한 층만 다르고 짝수 홀수 호가 달라 한강이 살짝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재화의 가치가 확 달라집니다. 무상급식처럼 막 나눠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공간은 본질적으로 평등(또는 균등)할 수가 없습니다. 

설령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완벽히 차단한다 해도, 입지는 제한되어있고, 공간은 본질적으로 불평등하기에, 입지선호가 엄존하는 현실에서는 '공간'이라는 재화('공간재'?+_+)를 지혜롭게 분배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주택이 공공재다, 하시면 자칫, 공기업이 다 하면 된다, 하고 오세훈 시장님만도 못한 것처럼 되는 거에요. 아시겠죠?

자, 토지는 공공재가 아닙니다. 토지는 누군가를 배제할 수 있고, 경합하면 내 몫이 줄어듭니다. 배제성과 경합성이 없는게 아니라 뚜렷한 거에요. 이걸 '공공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공재라고 막 하시면 안되는 겁니다. 도로나 국방이나 가로등하고는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주택도 공공재가 아닙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접근하니까 '거자유택'이니 '1가구1주택'이니 하는 국민개택주의적, 쁘띠소유자사회 관점이 나오다가 또 급발진 해서 공공택지엔 100%공공주택이라는 단견도 나오는 좌충우돌의 모습들이 보이는 거 같기도 합니다. 불가능한 꿈, 후속세대에게 투기적 차익을 청구해야만 하여 지속가능하지 않은 전략 - ‘국민 모두의 내집마련’. 미션 임파서블입니다. 그런데..

봐요. 벌써부터 언론의 제목은 이렇게 달립니다.

"대통령 바뀌면 내집 생길까…이재명vs윤석열 부동산 공약"

이렇게 내집마련 이데올로기에 빠져드시면, 이기기도 거의 불가능하거니와, 운 좋게 이겨도 지는 싸움이 됩니다.

저번 글(9살 아이의 20채 매수? 문제는 세금이 아니라 임대료다.)에서도 썼지만, 정치인은 욕망을 부정하거나 추수할 게 아니라, 모두가 욕망을 실현하는게 불가능 할때는 (모두가 자가용을 가지는 게 불가능하거나, 가져도 길은 더 막힐 때는) 왜 불가능한지를 솔직하게 밝히고 대책을 제시해야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욕망을 추수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못 이기실 거에요. 이기셔도 우리 모두가 불행해지구요.

분양 원가공개, 뭐 다 할 수 있는데, 결국 '소유 이데올로기'에요. '상품'이데올로기이고, 당장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집을 사게 되는 순간 부터는 집값 잡지 말라고 할 겁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주택의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가 필요합니다. 그게 가치재의 관점이에요. 물론 주택은 자산이기도 해요.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아무리 당위를 이야기해도 소용 없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탈상품화된 공동의 자산'으로 잘 관리하는 겁니다.

형용모순 같지요? 상품은 아닌데 자산이라니. 뭐냐면, 세대간 형평성을 생각해서 운영, 철거, 재개발 등 생애주기분석(LCA: Life Cycle Analysis) 차원의 비용을 모두 감안해야 하고, 후속세대에게 ‘투기적’ 차익을 청구하지 않으면서(탈투기성/탈상품성), 운영 단계에서의 가치를 살리기 위한 안정적 점유(자산화)를 실현해야한다는 말입니다. ( 일단은 짤막한 토론문은 요기)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고, 자세한 건 다른 글로 말씀드릴께요. 

자, 후보님들, 주택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셔야 합니다. 가치재 이야기는 학계에서는 이미 1950년대 말에 나온 이야기입니다(Musgrave 1957). 진도 좀 나갑시다. 위의 ‘탈상품적 자산화’의 문제의식은 공유자산(또는 공유물? 공유자원? Commons커먼즈라고들 요새 하죠. Common goods라고 하지 않듯 저도 '공유재'라고 하지 않고 ‘재’를 떼어내보려 생각을 가다듬는 중입니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주택의 문제는, '건물'은 생산품이고 감가상각하는데, '토지에 고착'되어 있어서 아주 복잡해집니다. 토지는 그 가치가 지금의 경제체제에서 (웬만하면) 계속 오르고, 아주 독특한 위상을 가진 자원이잖아요. 현실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내어 줄 수 있는 근거죠. 선험적으로 존재하며 사유의 출발점이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보면, 이제부턴 철학적 영역이기도 해요.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씀하시는 지는 물론 제가 압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토지는 공산품이 아니다'라거나 '주택은 일반재가 아니다', 내지는 차라리 '토지는 토지다'라고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토지(주택)공개념' 정도가 이런 어정쩡한(?) 상황에서 그나마 쓸 수 있는 용어인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주택문제가 그래서 어려운거구요. 세금 하나로, 권력자의 의지 하나로 되는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