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쪼잔한 걸까?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5/22
아~ 먹는 걸로 성질 내믄 쪼잔한 거지?  그려, 이 나이에 쪼잔해질 순 없잖아. 근데 왜 이렇게 승질이...  스물스물 올라오는거지?  내가 아직도 수양이 덜 된 걸까. 아니면 열 받는게 사람이면 당연한걸까.

그저께 미나리밭으로 미나리를 꺾으러 갔다. 근데 이게 웬열? 미나리밭의 반이 마치 머리를 깎은듯 말끔하게 밀려있는게 아닌가.
밭이라야 뭐 그리 넓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두 식구가 먹기엔 차고도 넘치고도 넘쳐 친구들에게도 잘라서 소포로 보내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아낌없이 나눠주고 그래도 별 표가 안 날 정도는 된다. 근데 졸지에 밭의 반이 횡하니 마치 남자들 스포츠 머리 마냥 싹 밀려있으니 황당할 수 밖에.
이건 필시 윗집 여자의 소행인게 불을 보듯 뻔하다. 날이면 날마다 망태를 메고 주변을 누비며 산나물 채집에 열을 올리는 걸 알고 있기 떼문이다. 아니면 인적 없는 이곳에서 누가 미나리를 잘라 가겠나.
넘치고 넘치는 미나리니 이웃에서 갈라 먹는건 당연하지. 얼마든지 갖다 먹어도 상관없다. 그렇지만 밭을 아주 반을 쓸어간다는 건 좀 심한 것 아닌가. 그 엄청 난 양을 다 뭘 하려는지. 아마 지인들에게 나눠주려는게지. 남의 미나리로 자기가 인심을 쓴다고?

이렇게 심사가 틀린 건 비단 마나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집 입구엔 굵은 엄나무가 떡하니 서 있다. 개두릅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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