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 헛발질에 묻혀버린 영구미제 살인사건 - 박상은 양 피살 사건(1981)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2/12/20
용의자 정재파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 받고 귀가하고 있는 모습(1982년 11월 29일) 출처-뉴스뱅크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부유층 유학생의 치정 살인
   

1981년 9월 21일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한 인조 석재 야적장에서 젊은 여성의 사체가 발견됐다. 시신의 안면과 두부에는 둔기로 인한 손상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결정적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해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을 동반한 큰 다툼이 벌어진 뒤에, 줄이나 노끈 종류를 이용한 교살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였다. 경찰은 얼굴에 상흔이 집중된 것으로 보아 면식범에 의한 원한 관계로 인해 벌어진 사건으로 판단했다. 
   
신원 조회 결과 피해자는 부산 모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미술 공예를 전공하고 있는 박상은 양으로 밝혀졌다. 부산에 거주하던 박 씨는 며칠 전 미전(美展) 입상 수상 차 서울로 와, 강남구 삼성동 친오빠 집에 머물던 중이었다. 이틀 전 밤 9시 50분 경 경상도 말씨를 쓰는 여성의 전화를 받고 슬리퍼를 신은 가벼운 차림으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끊겨, 집에서는 이미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둔 터였다. 
   
경찰은 지난 밤 전화를 걸어 박 씨를 불러낸 여성이 사건의 열쇠를 쥐었을 것으로 보고, 행방을 찾는 데 주력했으나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긴급하게 시행한 부검 결과 사체에서는 특이한 흔적이 하나 발견됐다. 귓불에 흔히 ‘애정흔’으로 불리는 치흔, 즉 잇자국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것을 연인과의 애정행각 중에 생긴 자국으로 보고, 박상은 주변의 가까운 관계였던 남성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용의자는 최종적으로 4명으로 압축됐다. 현 남자친구와 전 남자친구, 박상은을 짝사랑했던 남성 그리고 최근 박 씨에게 일방적으로 애정공세를 퍼붓던 중년 사업가 남성. 이들은 모두 미국 어학연수 유학 시기에 피해자와 인연을 맺은 사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훤칠한 ...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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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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