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 헛발질에 묻혀버린 영구미제 살인사건 - 박상은 양 피살 사건(1981)
2022/12/20
강남 한복판에서 발생한 부유층 유학생의 치정 살인
1981년 9월 21일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한 인조 석재 야적장에서 젊은 여성의 사체가 발견됐다. 시신의 안면과 두부에는 둔기로 인한 손상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결정적 사인은 목 졸림에 의해서인 것으로 드러났다. 폭행을 동반한 큰 다툼이 벌어진 뒤에, 줄이나 노끈 종류를 이용한 교살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였다. 경찰은 얼굴에 상흔이 집중된 것으로 보아 면식범에 의한 원한 관계로 인해 벌어진 사건으로 판단했다.
신원 조회 결과 피해자는 부산 모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미술 공예를 전공하고 있는 박상은 양으로 밝혀졌다. 부산에 거주하던 박 씨는 며칠 전 미전(美展) 입상 수상 차 서울로 와, 강남구 삼성동 친오빠 집에 머물던 중이었다. 이틀 전 밤 9시 50분 경 경상도 말씨를 쓰는 여성의 전화를 받고 슬리퍼를 신은 가벼운 차림으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연락도 끊겨, 집에서는 이미 경찰에 실종신고를 해둔 터였다.
경찰은 지난 밤 전화를 걸어 박 씨를 불러낸 여성이 사건의 열쇠를 쥐었을 것으로 보고, 행방을 찾는 데 주력했으나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긴급하게 시행한 부검 결과 사체에서는 특이한 흔적이 하나 발견됐다. 귓불에 흔히 ‘애정흔’으로 불리는 치흔, 즉 잇자국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이것을 연인과의 애정행각 중에 생긴 자국으로 보고, 박상은 주변의 가까운 관계였던 남성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용의자는 최종적으로 4명으로 압축됐다. 현 남자친구와 전 남자친구, 박상은을 짝사랑했던 남성 그리고 최근 박 씨에게 일방적으로 애정공세를 퍼붓던 중년 사업가 남성. 이들은 모두 미국 어학연수 유학 시기에 피해자와 인연을 맺은 사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훤칠한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겪어온 일들이 있다보니 오늘 강부원 님이 탈고하신 글을 더욱 섬세히 읽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해외연수파견을 가게 되면 '문란해진다' 라는 표현은, 사실 아직도 존재합니다.
해외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는 여성은 결혼시장에서 저급한 등급이 매겨지게 되지만, 남성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요..
해외로 연수를 가거나 워홀 가는 일부 남성이 코피노 자식을 남기고 줄행랑 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성범죄나 마약 범죄에 동참하는 경우도 심상치 않게 발생되지만, 한국에선 잘 다뤄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배드 파더스' 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고 도망간 한국 아버지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코피노 아이들' 에 대한 이야기나 해외에서 미혼모로 지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대두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건들을 살펴보면 여성이 워홀 떠나는 것을 문란하게 여기는 사회적 시선과 결혼업체의 등급 매기기 방식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여성에게만 유달리 편파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함을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네요..
말이 길었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율무선생 불안한 일 겪고 계신데 먼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범죄사건 들여다 보면 남일 같지 않죠. 더구나 예전일로만 치부할 수 없기도 하구요. 당시 과학수사 수준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정재파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돈과 권력에 굴복한거죠. 유전무죄의 전형이었죠. 이 사건은 여성 살인 사건을 성적 흥밋거리로 다루고 있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본성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적입니다. 게다가 사건의 후조치들이 황당무계하죠. 심지어 서강대가 이 사건 직후 여학생 해외연수파견을 중단시켰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우르르 따라했고요. 여대생 유학가면 문란해진다는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이 그때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어릴 때부터 한국 및 세계 범죄 사건에 대한 글을 다량 수집하고 프로파일러들의 의견을 읽어내려왔었지만 오늘의 박상은 양 사건은 처음 들어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주의깊게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이 단순 '사랑놀음' 으로 치부되며 여성혐오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피차 잡히지 않아도 될 사람들만 얼굴이 팔리고 여러 소문이 만들어졌을듯 합니다.
읽는 내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며 읽게 되었네요..
지금도 사실상 별반 다를 바 없기도 한 것 같습니다. 프로파일링 기술 발전 및 과학수사 발전으로 인해 과거보단 덜 하긴 하지만, 여전히 편파적 시선으로 이루어진 수사는 많단 생각도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콩사탕나무 게시물 사진으로 당시 신문 자료와 보도사진을 활용해 올리기는 했지만 지금보면 후덜덜하죠. 저도 이 사진들을 쓰는 게 맞는 건가 고민 많이 했습니다. 진범이 누구인지 전국민이 다 알았지만 처벌 못했죠. 지금도 뭐 그런 일 많죠. 안타깝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태어나던 해의 일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있는 사람들이 손쉽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특권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네요. ㅜㅜ
집중해서 너무 잘 읽었습니다^_^
@최성욱 한국은 불평등에 대한 감각이 아주 예민하게 발달해 있어 어느 선을 넘으면 폭발해 버리죠. 그런데 일상적으로 그 불평등을 내재화한 프로세스나 관념들이 또 생활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그 곤경과 아이러니의 낙차만큼 혼란이 있었던거죠.
어떤 심리학자가 그랬음. 한국 사회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수난의 역사가 깊어 빈부격차를 넘어 문화와 그 사람들 마음속에 곳곳이 스며들어 있어 불안하고 공격적이고 지금 형편이 좋아도 어두운 구석이 있다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분이 적은 것도 그런 탓인 듯. 존경할만한 상류층을 만나고 싶네요.
@nodae79 100년 전이라고 다를까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좀 달라져야겠습니다. 노력해야죠.
@carpe0309 절망을 드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제 게시물이 그렇게 받아들여지신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네요. 이런 사건들 되돌아보고 좀 다르게 살아보자고 쓰는 글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래야 앞으로 나아가겠죠.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게 정말 40년 전의 일인가요? 년도만 바꿔서 오늘에 대입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검경 수사권 대립, 호화 변호인단 구성 등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너무 똑같은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되네요
변한 것이라면 이런 상황을 접하고 전파하는 우리네 방식이 신문, TV에서 스마트폰 정도이지 않을까 싶네요
가진자들과 법전문가들의 대처 방안이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훨씨 발전된 점도 변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게 정말 40년 전의 일인가요? 년도만 바꿔서 오늘에 대입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검경 수사권 대립, 호화 변호인단 구성 등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너무 똑같은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되네요
변한 것이라면 이런 상황을 접하고 전파하는 우리네 방식이 신문, TV에서 스마트폰 정도이지 않을까 싶네요
가진자들과 법전문가들의 대처 방안이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훨씨 발전된 점도 변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한국의 기득권 여부는 운이 좋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팩트. 그래도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겠죠.
@홈은 님께. 당시 여성 피해자와 가족들은 오히려 몸을 천하게 굴리다 그리됐다고 손가락질 받았습니다. 실제로 서울 주요대학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여학생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골때리는 조치였죠.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풀려난 용의자 중의 하나는 삼풍가(삼풍백화점의 그 삼풍)의 일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굴지의 언론사 가문의 자제였죠. 사진들 자세히 보시면 요즘 인기 얻고 있는 <재벌집 막내아들> 할머니 아들 손자의 구도가 보이죠. 대한민국 상류층 가정 과잉보호의 오랜 클리셰이자, 자식을 자신과 똑같은 클론으로 길러내려는 재벌가의 전통적 교육법이었죠. 법과 정의는 온데간데 없죠. 당시 재판에서 패소한 검찰들도 줄줄이 옷 벗고 대기업 법무팀으로 직행한 것도 코미디이고요.
80년대가 여성혐오가 자연스러운 야만의 시대라면 여혐을 무기로 삼아 화제와 표를 모았던 2022년의 대한민국도 야만스럽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야만의 방법론이 바뀌었다고도 할 수 있을까요?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문제 행동을 꾸짖고 제한하는 방법으로 사건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 아주 고전적인 방식이었군요. 처음 듣는 내용인데 드라마처럼 느껴지네요. 살해당한 여성의 가족은 사회적 질타까지 받아야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웠을 것 같아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다수가 나눠가져야 할 상처를 몰아주는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 슬픕니다. ㅠ ㅠ
@nodae79 100년 전이라고 다를까요. 그렇지만 앞으로는 좀 달라져야겠습니다. 노력해야죠.
@carpe0309 절망을 드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으나, 제 게시물이 그렇게 받아들여지신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네요. 이런 사건들 되돌아보고 좀 다르게 살아보자고 쓰는 글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래야 앞으로 나아가겠죠.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떤 심리학자가 그랬음. 한국 사회는 안정되어 보이지만 수난의 역사가 깊어 빈부격차를 넘어 문화와 그 사람들 마음속에 곳곳이 스며들어 있어 불안하고 공격적이고 지금 형편이 좋아도 어두운 구석이 있다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분이 적은 것도 그런 탓인 듯. 존경할만한 상류층을 만나고 싶네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겪어온 일들이 있다보니 오늘 강부원 님이 탈고하신 글을 더욱 섬세히 읽게 되었습니다
여성이 해외연수파견을 가게 되면 '문란해진다' 라는 표현은, 사실 아직도 존재합니다.
해외로 '워킹 홀리데이'를 가는 여성은 결혼시장에서 저급한 등급이 매겨지게 되지만, 남성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요..
해외로 연수를 가거나 워홀 가는 일부 남성이 코피노 자식을 남기고 줄행랑 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성범죄나 마약 범죄에 동참하는 경우도 심상치 않게 발생되지만, 한국에선 잘 다뤄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배드 파더스' 에서 양육비를 주지 않고 도망간 한국 아버지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았더라면, '코피노 아이들' 에 대한 이야기나 해외에서 미혼모로 지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대두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건들을 살펴보면 여성이 워홀 떠나는 것을 문란하게 여기는 사회적 시선과 결혼업체의 등급 매기기 방식은 여전히 우리사회가 여성에게만 유달리 편파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함을 인지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네요..
말이 길었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율무선생 불안한 일 겪고 계신데 먼저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범죄사건 들여다 보면 남일 같지 않죠. 더구나 예전일로만 치부할 수 없기도 하구요. 당시 과학수사 수준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정재파를 범인으로 지목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돈과 권력에 굴복한거죠. 유전무죄의 전형이었죠. 이 사건은 여성 살인 사건을 성적 흥밋거리로 다루고 있는 옐로우 저널리즘의 본성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적입니다. 게다가 사건의 후조치들이 황당무계하죠. 심지어 서강대가 이 사건 직후 여학생 해외연수파견을 중단시켰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우르르 따라했고요. 여대생 유학가면 문란해진다는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이 그때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어릴 때부터 한국 및 세계 범죄 사건에 대한 글을 다량 수집하고 프로파일러들의 의견을 읽어내려왔었지만 오늘의 박상은 양 사건은 처음 들어봤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주의깊게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이 단순 '사랑놀음' 으로 치부되며 여성혐오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인해 피차 잡히지 않아도 될 사람들만 얼굴이 팔리고 여러 소문이 만들어졌을듯 합니다.
읽는 내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며 읽게 되었네요..
지금도 사실상 별반 다를 바 없기도 한 것 같습니다. 프로파일링 기술 발전 및 과학수사 발전으로 인해 과거보단 덜 하긴 하지만, 여전히 편파적 시선으로 이루어진 수사는 많단 생각도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