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파도타기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4/02/08
 그리 춥지 않은 날씨에 눈은 짙은 회색의 징크 지붕에 닿자마자 녹았다. 기울어진 지붕을 타고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입춘을 지나 마치 봄비처럼 느껴졌다. 포근한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 덮고 달콤한 꿈나라를 헤맸다.

 벅벅벅벅

 낭만적인 자장가를 공짜로 들었던 대가였을까? 플라스틱 넉가래가 아스팔트를 긁어대는 날카롭고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을 내다보니 부지런하기도 한 옆집 이웃이 눈을 치우고 있었다. 입춘, 봄비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세상은 온통 하얗게 변해있었다. 마당의 나무도 저 멀리 산도, 밤새 내린 눈이 멋지게 꾸며 놓은 크리스마스 장식 같았다. 눈에만 담기엔 아까워 카디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웃의 눈 치우는 소리가 더욱 격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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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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