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일상 속 작은 위안들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1/04
  이태원에 영혼이 계속 머무르는 날들이다. 분노와 슬픔이 뒤엉켜 일상을 파고들 때면 조금 거리를 둔다. 그래도 또 살아야지. 그러다가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또 기사를 열어보고, 한숨짓고 눈물이 고이는 반복된 날들. 이태원을 잠시 잊고 다른 주제로 글을 써보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이내 다시 이태원으로 돌아와 글을 끼적인다. 문득 고개를 드니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참 속절없이 흐른다.

  첫째는 되고 싶은 게 많다. 대통령, 과학자, 만화가, 축구선수 등. 이따금 내게 섬 시골에 살다가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DNA를 구해 공룡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만화를 그리면 어떻게 돈을 벌게 되는지를 묻기도 한다. 그러던 첫째가 생애 첫 만화책을 만들었다. 어릴 때 [라바] 시리즈를 좋아했는데, [라바]를 모티브로 한 만화책을 그렸다. 엄마 아빠 생일 선물이라며 생일이 오기 열흘 전부터 혼자 종이를 접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떠올려 만든 책이다. 종이에 '생일 축하해요' 정도를 적어 선물로 건네던 아이가 어느덧 자라 나를 위해 제대로 된 무언가를 만든다는 사실이 자못 뭉클했다.

  등장인물은 쇠똥구리와 사마귀, 그리고 새 한 마리. 등장인물 소개와 차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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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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