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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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쟁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해양 방류; 한국의 입장

이영록
이영록 · Dilettante in life
2023/07/21
 < 시리즈 >

  8편의 핵심을 간단히 요약하겠다.

  • 삼중수소의 방사선은 몸에 들어왔을 때 라돈 등의 α선에 비해 효력이 강한 편도 아니며, K40과 마찬가지로 자연에 원래 존재한다.
  • 후쿠시마에서 처리하여 매년 배출되는 양은 태평양에 이미 존재하는 양의 0.2% 정도에 불과하다.
  • 해류 방향 때문에 태평양을 한 바퀴 돌고 오면, 거의 다 섞여서 농도가 거의 균일해졌다 봐도 무방하다(한국 부근까지 영향이 미치는 데는 4년 정도 필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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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후쿠시마 발전소에서 흘러나온 오염수를 처리하겠다고 IAEA(국제 원자력 기구)에 제시한 방법(ALPS)을 일견하는 것도 이 문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방사성 원자들을 오염수에서 뽑아내 태평양으로 방출하는데, T(삼중수소)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방류할 수밖에 없다[1].
  IAEA가 검토한 report는 여기서 볼 수 있다(link). 140page나 되는 report를 영어로 다 읽기는 정말 힘드니 pdf 에서 두 부분만 떼어 오자(34p).
source; https://www.iaea.org/sites/default/files/iaea_comprehensive_alps_report.pdf (14p)
  ALPS의 개략. 전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핵연료 재처리 과정이 사용한 연료봉에서 Pu(그 악명 높은 플루토늄) 및 유용한 원자들을 분리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기술 자체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재처리 공정에서는 크게 유용하지 않은 원자들을 저준위 혹은 고준위 폐기물로 저장하고, ALPS에서도 T 외에 회수한 방사성 원자들을 비슷하게 저장하는 식으로 다룰 듯.  이 방법을 평가한 기관 중엔 한국 기관도 있다(17p).
source; https://www.iaea.org/sites/default/files/iaea_comprehensive_alps_report.pdf (34p)

  7편에서 보았듯이, 한국인의 일상 피폭량은 2.4~3.0 mSv/yr임을 잊지 말자. 그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추가 피폭량이 의미가 있을지 상당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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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꾸준히 방류하면 해양 생태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멀지 않은 바다에 두 번이나 큰 방사능 유입 사례가 있다. 이 때 무슨 일이 생겼는가?

  1. 구소련의 동해 방사성 폐기물 투척(link); 1993년에 그린피스가 공론화해서 알려졌는데, 사실은 그 전에도 꾸준히 폐기하고 있었다. 1968~1993년 사이에 동해에는 적어도 250PBq(페타베크렐)이 폐기되었다(link의 232p). 
  2.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총 방사능 누출량은 15,000 TBq(=15 PBq)였다(link). 이 중 대략 80%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추측된다. 사고 직후 해안 근처의 해수에서는 Cs134와 Cs137의 농도가 67,000~68,000 Bq/liter에 도달하기도 했는데, 1년 후에는 2 Bq/liter 이하로 떨어졌다(link). 

  1990년대에 우리 나라에서 직접 동해 해수와 수산물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link). 사실상 전혀 유해한 수준이 아니었다[2]. 
  후쿠시마에 대해서는 5년 후인 2016년의 결과를 찾을 수 있다(link). 한 줄로 요약하여

  However, more recent studies have shown variable levels in individual fish, though they too confirm that population-level effects have not been observed.

  시간이 지날수록 방사능이 강한 핵종은 점차 사라지기 때문에, 이 결과가 크게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사실 훨씬 바닷물 양이 적은 동해에 (약 25년 동안이지만) 250PBq를 투기해도 효과가 잘 안 나타나는데, 훨씬 큰 태평양에 9 PBq가 흘러 들어갔으니 효과가 더 적을 것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매년 22TBq은 페타 수준에 비하면 우습게 보일 지경이다[3].
  이 선례들이 없었다면 사실 생태학적 효과가 별로 적을 거라고 간 크게 예측할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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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치권과 정책 입안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 왔을까? WTO 후쿠시마 소송 2심을 '비상시 정책' 문제로 바꿔서 승소한 것이나(link; 조금 아래쪽에 설명하겠다), 2020/21년 외무부 장관들이 '절대 안 된다'는 식으로 발언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 이 문제를 아주 현실적으로 다룬다.  이 명목으로 대 일본 관계를 벼랑 끝까지 갖고 가지는 않을 모양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이 (2020년 10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일본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고 밝혀 비판이 일고 있다. 다만 강 장관은 이 문제가 국민 안전과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정보 공유를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link)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21년 4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반대를 한다기 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세가지 정도를 일본에게 줄기차게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이 밝힌 3가지 요구사항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 △한국 정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할 것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 보장하라... (link)

  국회의원들은 평판이 나빠지면 재선이 불투명할 수 있지만, 외교를 유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국제 관례와 상황에 맞춰 행동해야 하니 당연하다. 2023년 7월 현재 IAEA는 일본의 손을 들어 주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앞 두 가지', 즉 정부 사전 협의 및 정보 공유가 현재 요구할 수 있는 한도일 것이다.

  참고할 만한 것은 WTO인데, 일본이 "한국은 후쿠시마 농산물에 대한 금수 조치를 풀어라"고 제소한 건에서 2심에서는 승소했지만, 사실심인 1심은 일본의 손을 들어 줬다는 것이다(link). 요지는 한국 측에서 '방사성 물질 오염 때문에 안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일본은 '우리는 쌀 전수검사한다'로 맞섰다는 것. 실제 적어도 2019년 부근까지는 30kg 한 푸대마다 아예 검사 장비를 기본으로 통과시켰다(link). '기준 이하니 안 위험하다'로 반박을 했고, 1심에서는 그것을 인정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주장(일본 식품 방사능 있으니 불가, 해양 방출은 환경 방사능 증가니 바람직하지 않음)보다는 일본의 주장이 국제 기구의 data 기준의 사실심에서 별 문제 없다고 인정된다는 말이다.  나는 '방사능 물질 방출이니 나쁘다'는 식으로 나가서는 현재 국제 사회에서는 별로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 거의 확신한다[5]. 사실 위에서 설명했듯이, 한국 정부도 이전 임기건 지금 임기건 "국제 기준을 충족하면 (방류에) 반대 안 한다"는 입장이 크게 안 변했다[6].

  하지만 [사실 가능성 여부에도 불구하고] 이 방류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일본'이라는 이외에도, 이게 논란이 된 이유의 상당 부분은 업계의 신뢰 문제라고 본다. 한국의 한수원이 근래 영광 원전의 부실 공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듯이(link 1, link 2), 도쿄전력도 후쿠시마 원전 붕괴 사태 때문에 욕 하나는 충분히 넘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원자력 발전 기술은 믿지만 한수원은 믿지 않는다"란 사람도 좀 보았을 정도니까.
  그런데 (한국도 만만하지 않으나) 그 큰 똥까지 싸 놓은 일본 업계를 믿지 못하는 건 이해는 하겠지만, 일본이 맘먹고 방류하겠다면 강제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나? 위에서 말했듯이, 국제 분위기도 한국이 바라는 대로는 안 굴러가는 모양 아닌가.

  漁夫

[1] 그냥 tank에 쌓아 놓지 왜 방류하냐고 질문할 수 있다.  결국은 안전성 문제인데, 결정적으로 육상 유거수(호수나 강)는 바다보다 부피가 훨씬 작기 때문에 희석에 불리하다. 보관 탱크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누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진이 잦은 일본의 특성상 가장 유리한 것은 역시 희석 방류이다.
[2] link의 236~239페이지. 지금 30년이 다 되어 감에 따라 웬만한 폐기 용기들은 다 부식되어 갈 것이다. 그러니 상당 부분은 이미 희석되거나 방사성 붕괴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3] 한국 원전은 동해에, 중국 원전들은 황해에 여전히 이것보다 더 많은 양을 내보내고 있다.
[4] 미국은 동맹국끼리 분쟁 붙었는데 뭐하고 있나 싶지만, 얘넨 원래 별로 신경 안 쓴다. 그냥 잘 지내라는 압력만 가할 뿐이지....
[5] WTO 2심에서는 어떻게 이겼는지 참 신기하다. link에는 "또 일본산 식품에 대한 한국의 수입규제조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라는 특수한 상황에 근거한 조치로서, 일본산 수입식품에 잠재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임을 거듭 강조했다."라고만 돼 있다. 하지만 1심에서 이미 '실제 data에서 이미 위험하다'란 주장으로는 졌으니만큼, 그 주장을 다시 반복한다면 별로 현명하지 못한 전략이다.
[6] 현 여야 할 것 없이 정권 잡은 상황에선 크게 입장이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 정권 잡으면 어느 편이건 더 현실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많이 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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漁夫란 nick을 오래 써 온 듣보잡입니다. 직업은 공돌이지만, 인터넷에 적는 글은 직업 얘기가 거의 없고, 그러기도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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