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바이러스다

미미패밀리
미미패밀리 · 한 아이의 아빠이자 고양이 형아입니다
2023/01/25
우리집 명절 차례는 큰아버지댁에서 지낸다. 지금은 큰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안 계시지만 나의 아버지가 제사를 가져올 여건이 안 되어 큰어머니께서 대신 챙겨주고 계신다. 그래서 명절에는 죄송해서라도 꼭 참석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이번 설에는 할머니댁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작년 8월 아기가 태어났고, 이제는 연세가 90이 되신 할머니께 증손주를 보여드리기위해서였다.
할머니께서 치매기도 있으시고 건강이 좋지않으셔서 하루라도 빨리 보여드리길 바랬다.
그런데 이번 설 날씨 예보는 눈소식과 강추위가 있었다. 이를 아신 할머니께서는 눈이 올지도 모르고 추운데 집에 우풍까지 있으니 아기가 견디기 힘들거라시며 오지말라고하셨다. 할머니를 돌보고 계신 삼촌도 봄에 날 따뜻해지면 오라고 극구 만류하셨다.
처가나 본가도 마찬가지였다. 모두들 아기를 걱정하여 한사코 오지말라고 하셨다.
결국 우리는 어른들과 영상통화로 아기를 보여주며 못 만나는 아쉬움을 달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
안 좋은 일로 나의 가족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썩 내키지않는다. 하지만 가족일을 어디에 하소연하기에도 마땅한 곳이 없다. 그나마 동생이나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인데 동생은 이미 아버지를 포기했고, 아내는 맞는 말을 하기는 하지만 아무리 미워도 나의 아버지이다보니 안 좋은 소리를 하는게 매번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내가 기억이 있을 때부터의 아버지는 술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루라도 술을 안 마시는 날이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오는게 좋기도했다. 왜냐하면 술취한 아버지는 귀찮게는 하셨지만 용돈을 더 주셨기때문이다.
그리고 딱히 실수하는 모습도 보지 못 했기때문에 싫다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나도 성인이 된 후 바라본 아버지에게서 그동안 보지 못 했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지 못 했던게 아니라 신경을 안 써서 몰랐던 것 같다.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마신다. 이미 취해보이는데도 멀쩡하다며 계속 마신다. 그리고 잠에 들면 주변에서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 잡아뜯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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