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마주하기

조각집
조각집 · 밝고 긍정적이지 않아도 괜찮은 삶.
2023/02/04
  지인과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이동한 근처 카페에서 커피가 나오기 전 옷매무새를 다듬을 겸 들른 화장실 거울 속 내 얼굴에는, 방금 전 먹었던 파스타 소스가 미세하게 묻어 있었다. 화들짝 놀란 나는 급히 휴지로 닦아 내고는 앙증맞은 심술이 생겨 함께 간 지인에게 "얼굴에 묻은 거 왜 얘기 안 했어?" 하고 따져 묻자 "아, 그랬어? 나는 몰랐는데! 알았으면 당연히 얘기했지~"라는 대답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곤 한다.

  '타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에게 딱히 관심이 없다. 그는 분명, 봤다면 얘기를 해 주었을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얼굴에 묻은 그 파스타 소스는 결국 내가 거울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렇다면 이토록 답이 없는 수많은 질문과 해소되지 않는 끊임없는 답을 해대는 내 마음속을 비춰줄 거울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글'이라고, 또 한 번 해소되지 않는 답을 하곤 했다. 특히, 연인 사이에 있어 가장 취약했던 연락 문제는 나와 상대를 옭아매고 갉아먹었다. 조금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불안해했고 온갖 상상이 나를 지배했다. 그때 나의 상상은 나래가 아니었다. 잔혹한 형틀이었고 고문이었으며, 끔찍한 올가미였다. 그것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을 즈음, 글을 써 내려갔다.

  그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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