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만족과 공허의 수레바퀴

몬스
몬스 ·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합니다.
2023/02/16
"몬스 씨, 출퇴근 기록이 이상한데?"

 어느 날 총무부팀 사람이 찾아와 이런 말을 건네더라. 그렇다. 나는 워커홀릭이었다.

 물론 일하던 부서에 일 자체가 많았던 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일은 언제나 많았다. 해야 할 일은 항상 차고 넘치기 때문에, 그 안에서 타협하는 것이 회사생활이었다. 나는 단지 그 조절에 서툴렀을 뿐이라고 변명해 보고 싶지만, 사실 안 했다고, 혹은 즐겼다고(?) 보는 편이 더 맞는 설명인 것 같다.

 워커홀릭에 빠진 계기는 너무 유능해서가 아니었다. 너무 무능했기 때문이다. 대학원을 나와 취업 시장에 뛰어들 당시 정말 별생각이 없었다. 회사도 발품 팔아 여기저기 물어본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한 교양 수업 하나 수강하는 정도로 알아보고 지원했다. 그러다 보니 면접도 엉망진창이었다.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서 기여하겠다는 이미지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오히려 반문해 버렸다. 제가 들어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죠? 하고 말이다. 아마 정신 나간 놈이라고 생각했을 게 분명한데, 그래서 축구를 좋아한다는 말에 붙었다는 생각이 더 그럴싸했다.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 그게 아니면 뽑힐 이유가 없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면접이었기에..

 그렇게 교양수업의 연장선인 듯 들어간 회사에서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불안감을 경험한다. 그건 바로 일은 잘 못하는데 보수는 나온다는 것이었다. 당시 은혜와 복수는 철저히 갚자는 것이 인생의 좌우명이었기에, 은혜를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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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과학에 관심이 많고, 그 중 주로 네트워크 과학을 공부/연구/덕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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