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불편한 삶의 가장 세련된 형태다"

이재랑
이재랑 · 살다보니 어쩌다 대변인
2021/11/29

 연애하지 않는 자들이 싫다. 연애하는 자들이 좋은 건 아니다. 다만 불편하게 살지 않겠다는 그들의 각오가 보기에 못내 뻔뻔스럽다. 가슴 아프지도, 이별의 불안에 시달리지도, 상대를 이해하려는 피곤한 일도, 나를 다듬고 바꾸는 귀찮은 짓도, 서로의 고독을 들여다보는 아찔한 행위도,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장하지 않으며 언제나 타인을 상대하는 데 변함이 없어 결국은 그저 그런 사람으로 남아버리는 것이다. 불편하지 않은 연애를 하는 자들과 함께 연애하지 않는 자들의 그 안일함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것은,
 

 일종의 억울함이다. 왜 나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서로 사랑하며 산다고 착각하는 손쉬운 세상에서, 왜 나만 당신에게 거부 받지 않기 위해 애써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할까. 이해하기보단 고집하고 부탁하기보단 명령하며 존중하기보단 거세하는 것이 당연한 군 생활에서 왜 당신은 내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하게 하는 걸까.
 

 애인과 매일 하는 통화는 언제나 서로의 음역을 조율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나는 여전히 당신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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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정의당/청년정의당 대변인 (~2022) 10년 차 사교육 자영업자. 작가가 되고 싶었고, 읽고 쓰며 돈을 벌고 싶었고, 그리하여 결국 사교육업자가 되고 말았다. 주로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과 시험성적을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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