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타도 당근은 하고 싶어 -
길거리에서 당근 거래 하는 사람을 기가 막히게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지적 남자 시점으로, 패딩이나 잠바에 양손을 집어넣고, 어울리지도 않은 쇼핑백을 손목에 슬쩍 걸치고, 쓰으으 쓰으으 하며 숨을 들이마시고, 주변을 지나치게 살피며 걸어오는 사람마다 아이컨택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당근 하러 나온 남자임이 거의 분명하다.
여기에 갓길에 비상등을 켜놓은 차가 있다면 100%라고 생각해도 되겠다. 가서 당근인가요, 하면 네 당근입니다 라는 어찌 보면 정말 귀엽기 짝이 없는 대화를 나누고, 적절히 물건을 확인하고, 약간이라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서 섬세한 컴펌을 받고, 돈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 당근 미션 컴플리트다.
나음이가 태어나고 나서 부쩍 당근을 하는 횟수가 늘었다. 유아동 용품에 있어서 당근이란 거의 베이비 페어를 방불하는 물품 천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특별히 이 물건들을 무척 호의로운 가격에 거래된다는 것이 고마웠다. 아마, 다들 아이를 키우는, 키워본, 입장에서 그 마음으로 조금이라도 싸게 주려는 따스함이 가미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고 여겨졌다.
이런 오늘도 평화로운 나의 당근 세계관에 균열을 주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한번은 아내가 젖병 트윈팩을 팔고 20,000원을 받아오라는 당근 미션을 주었다. 마침 운동하러 가던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길래 오늘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러 가보자 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약속 장소에 다 와 가는데...
재밌고 흥미로운 글로 느껴져서 이렇게 댓글 남겨요.
멋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제가 포인트를 드리긴 어렵고.. 약소하게나마 좋아요와 구독 살짝 눌러봅니다.